수학여행이나 수련회 등 단체 행사를 치르는 과정에서 관광업체로부터 수천만 원의 사례비를 챙긴 초등학교 교장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9일 학교 단체행사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서울 S초등학교 교장 김모 씨(60) 등 전현직 학교장 53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104명의 전현직 교장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또 교장들에게 금품을 건넨 관광업체 대표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S초등학교 김모 교장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수학여행, 수련회 등을 치르며 사례비 명목으로 H관광업체 대표 이모 씨(54)로부터 9차례에 걸쳐 2020만 원, 숙박업체 대표로부터 4차례에 걸쳐 800만 원을 각각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나머지 불구속 입건된 교장 52명도 비슷한 방법으로 업체들로부터 60만 원에서 3000여만 원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관광업체가 여행을 다녀온 뒤 사례비를 건네는 관행이 장기간 계속된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업체는 학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교장에게 선금을 지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적발된 157명의 교장은 8명을 제외하고 모두 초등학교 교장이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안팎에서는 초등학교에서 수학여행 업체 비리가 만연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다. 출신 학교나 출신 과목이 다양한 중고등학교 교장과 달리 초등학교 교장은 특정 교대 출신자가 대부분이어서 서로 업체를 소개해 주며 비리에 연루되기 쉽기 때문이다. 시교육청 한 관계자는 일선 학교에서는 수학여행을 가면 숙박비는 교장 몫, 교통비는 교감 몫이라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시교육청 관계자는 전직 서울지역 초등교장회 회장이 교장들에게 특정 업체의 영업사원인 전직 교장들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적어 뿌리기도 했다며 이 과정에서도 뒷돈이 오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퇴임한 전직 교장이 수학여행 알선 업체의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도 수사 대상에 전직 교장이 개입된 업체도 있다며 아직 혐의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계속 수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남윤서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