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겨 여왕 김연아(20고려대)의 표정은 예상과는 달랐다. 27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7위에 그친 뒤 열린 프리스케이팅 출전 순서 추첨행사에서 만난 김연아는 밝은 표정이었다. 본인이 밝혔듯 어이없는 실수를 연달아 한 뒤 7위라는 성적을 받아든 올림픽 챔피언의 표정이 아니었다. 기분이 좋은 것 같다는 말을 건네자 내일이면 경기가 끝나잖아요라며 웃었다.
28일 프리스케이팅을 마친 뒤 만난 김연아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이었다.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 66.45점, 프로그램 구성점수 65.04점, 감점 1점을 받아 130.49점을 기록했다. 두 번의 점프 실수가 있었지만 다른 선수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한 성적이었다.
김연아의 표정은 이런 성적에 대한 기쁨의 표현이 아니었다. 바로 대회가 끝났기 때문에 지은 표정이었다.
김연아는 시즌이 끝나기만 기다려왔다. 올림픽이 끝났을 때보다 더 기쁘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이번 대회에서 190.79점을 받아 2위에 머물렀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올 시즌 최악의 연기(60.30점)를 선보이며 부진했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1위로 선전해 은메달을 차지했다. 금메달은 일본의 아사다 마오(20)가 프리스케이팅에서 129.50점을 받아 쇼트프로그램 점수 68.08점을 합쳐 197.58점으로 차지했다. 지난달 열린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은메달에 그친 것을 설욕한 셈.
이번 결과는 사실 경기 전부터 어느 정도 예고됐다.
김연아는 올림픽 이후 허탈감 탓에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세계선수권 출전을 포기할까도 고민했다. 이렇다 보니 훈련도 일주일만 하고 토리노에 도착했다. 훈련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컨디션도 올림픽을 위해 맞춰놓았기 때문에 최상은 아니었다.
동기 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최고의 목표를 이룬 뒤 다른 목표를 찾지 못했다. 세계선수권 2연패는 올림픽 금메달에 비해 제대로 된 동기 부여를 해주기 힘들었다. 스스로도 정신적으로 풀어져 있었다고 표현한 대로 김연아는 이번 대회에서 긴장감을 느끼지 못했다. 어머니 박미희 씨도 경기를 앞두고 왜 이렇게 긴장이 안 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연아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그냥 빨리 끝나기만 바랐다.
결국 2위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지만 김연아에게 중요한 것은 우승보다 대회를 빨리 마무리 짓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었던 것 같다.
김동욱 creating@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