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직영사찰전환 외압설 파문 (일)

최근 조계종 중앙종회가 직영 사찰 전환을 의결한 데 반발하는 봉은사(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주지 명진 스님이 정치적 외압설을 제기하고 나섰다.

명진 스님(사진)은 21일 오전 봉은사 법왕루에서 열린 일요법회에서 지난해 11월 13일 오전 7시 반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현 정권에 비판적인 강남 부자 절 주지를 그냥 둘 수 있느냐고 자승 총무원장에게 물었으며 자승 스님은 임기가 보장되어 있어 어떻게 할 수 없다. 이제 임기가 얼마 안 남았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명진 스님은 이 말은 지난해 11월 20일경 김영국 거사가 전했는데, 그는 이 말을 전하며 (정부) 비판을 하더라도 좀 낮춰서 하셔야 한다고 말했다며 김 거사는 이 자리에 안 대표, 자승 총무원장, 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과 자신이 함께했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조계종 문화사업단 대외협력위원으로 템플스테이 정책을 정부와 협의하는 업무를 맡은 계약직원이다.

명진 스님은 또 총무원이 직영화에 관한 합당한 설명을 제시하지 못하고 밀어붙인다면 총무원에 찾아가 승적을 지울 것이라며 자승 총무원장과 정치권이 얼마나 가까운지는 다음 주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자고 말했다.

조계종 총무원 대변인 원담 스님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총무원장 스님은 그 자리에서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며 봉은사 직영화는 종헌종법에 따라 결정한 것인데 명진 스님이 왜 이 문제를 정치권과 연결짓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지난해 고흥길 위원장, 자승 총무원장 등 셋이 만나 템플스테이 예산 등 불교 숙원사업 관련 예산 얘기를 나눈 적은 있지만 당시 다른 배석자는 없었다며 간접적으로 들은 얘기를 사실인 양 얘기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날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다.

조계종단은 승가 교육 개선을 위한 자금 마련을 이유로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안을 통과시켰다. 직영사찰의 주지는 총무원장이며 명목상 주지가 사찰의 운영을 대행하고 총무원에 일반 사찰보다 더 많은 분담금을 내게 된다.

민병선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