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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자극할라 북눈치보던 한국 할말은 한다 목소리 내기로 전환 (

북핵 자극할라 북눈치보던 한국 할말은 한다 목소리 내기로 전환 (

Posted March. 19, 2010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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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산케이신문은 17일 일본 정부가 1987년 대한항공 858기 폭파범인 김현희 씨를 일본의 북한 납치 피해자와 만나도록 공식 초청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한국 정부가 인권과 남북관계는 별개의 문제라는 전제 아래 김 씨의 방일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18일 (공식 초청 여부는) 아직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라면서도 우리 정부는 인도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돕겠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초청이) 정식으로 이뤄져 (한일 양국 간에) 얘기가 되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들의 이런 반응은 비록 조심스럽지만 김 씨의 방일 자체를 거부하던 지난 정부의 태도와는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한 정부 소식통은 수년 전부터 북한 납치 문제를 제기하는 일본의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김 씨에 대한 방일 요구가 계속됐지만 지난 정부의 방침은 한마디로 불가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정부의 당국자들은 일본이 납치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는 것은 북핵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일본의 납치 문제 제기는 북한의 아킬레스건인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리는 것이어서 북한을 자극해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 때문에 지난 정부 때까지 김 씨는 외부에 자신을 노출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켰다. 지난해 3월 부산에서 김 씨를 만난 일본인 납북자 다구치 야에코() 씨의 아들은 노무현 정부 초기에 (김 씨를) 만나고 싶다는 편지를 몇 번이나 보냈지만 (김 씨에게)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해 2월 나카소네 히로후미() 당시 일본 외무상과의 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가능한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김 씨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해 1월 일본 NHK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일본어를 가르친 다구치 씨의 가족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최근에는 일본인 납북 피해자 요코다 메구미 씨의 가족과 만나고 싶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오래전부터 일본인 납치 문제의 해결 없이는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한 대북 지원을 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고수해 왔다. 다만 김 씨의 방일 요청은 주로 북한에 납치된 피해자들을 구출하기 위핸 전국협의회 등 민간단체들이 제기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태도가 달라지고 김 씨가 다구치 씨 가족과의 면담 의사를 밝힌 뒤 일본 정부도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김 씨의 일본 방문이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가뜩이나 남북관계가 진전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단기적으로 남북 대화에 악영향을 끼치더라도 장기적으로 인권 문제에 적극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의 책임 있는 자세라고 말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