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법정 스님 무소유 종교 화해 씨 뿌리고 입적하다

[사설] 법정 스님 무소유 종교 화해 씨 뿌리고 입적하다

Posted March. 12, 2010 09:45,   

日本語

법정 스님은 불교 종단의 고위 직책은커녕 그 흔한 주지 자리 하나 차지하지 않았지만 불교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큰 어른이었다. 평생 무소유()로 살면서도 그 누구보다 이 세상에 많은 유산을 남겼다.

어제 열반의 세계로 든 법정 스님은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이라며 작은 것과 적은 것으로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몸소 농사지은 채소 하나라도 이웃과 나눠 먹고, 책 인세()가 생기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그는 자신이 죽더라도 사리를 수습하지 말 것과 수의 대신 평소 입던 승복 차림 그대로 화장할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 생의 마지막 길을 떠나면서까지 무소유를 실천한 것이다. 그가 말하는 무소유는 아무 것도 갖지 말라는 게 아니라 쓸데없는 탐욕을 버리라는 가르침이다.

법정 스님은 송광사 뒤편 불일암에서 17년, 전기 불조차 들어오지 않는 강원도 산골에서 또 17년간을 기거할 정도로 속세를 멀리했지만 사바세계의 대중과는 끊임없이 교감했다.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매년 봄과 가을 대중 법회를 열었다. 무소유 버리고 떠나기 일기일회 아름다운 마무리 등 수십 권의 산문집과 법문집, 번역서를 펴냈다. 1993년 4월부터 5년7개월간 동아일보에 매월 1회씩 산에는 꽃이 피네라는 산문을 연재했다. 글을 쓰고 대중을 상대로 법회를 여는 것이 곧 자신의 수행이었다. 그는 요란스럽지 않으면서도 내실 있게 불교의 가르침을 전파하고 불교의 대중화에 기여한 진정한 불자였다.

그는 불교의 틀에만 머무르지 않고 종교간 화해에 평생 공을 들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을 길상사 개원 법회에 초대하는가 하면, 천주교 신문에 성탄메시지를 기고하거나 명동성당에서 강연을 했다. 개신교나 원불교 등 다른 종교들과도 허물없이 지냈다.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는 불교도 기독교도 유대교도 회교도 아닌 바로 친절이라고 말했다. 친절이야말로 자비의 구체적인 모습이라는 것이다. 종교간 화해와 소통을 위해 기여한 것만으로도 그가 우리 시대에 남긴 발자국은 크고 선명하다.

그는 아름다운 마무리는 채움만을 위해 달려온 생각을 버리고 비움에 다가가는 것이고, 그때그때 바로 그 자리에서 나 자신이 해야 할 도리와 의무,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했다. 스님은 사바세계를 떠났지만 그가 남긴 정신은 우리에게 늘 사색의 화두()를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