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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몸으로도 할 수 있다 소외계층에 희망 주고싶어

불편한 몸으로도 할 수 있다 소외계층에 희망 주고싶어

Posted January. 30, 201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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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다음 달 1일 발표할 예정인 120여 명의 신임 검사 명단에는 특별한 사람 한 명이 들어 있다. 올해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하반신 마비 장애인 양익준 씨(31)가 그 주인공이다. 양 씨는 다음 달 8일 지체 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검사로 임관한다. 29일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에서 만난 양 씨는 남들보다 불편한 몸으로도 뭐든 해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해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그에게 예고 없는 불행이 닥친 것은 고등학교 3학년 때인 1997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불과 100일 앞두고였다. 집 난간에서 발을 헛디뎌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면서 하반신이 마비됐다. 수능도 포기하고 온 가족이 재활 치료에 매달렸지만 결국 휠체어 없이는 집 바깥으로 나갈 수 없는 신세가 됐다. 양 씨는 집에 하루 종일 누워 있다 보니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비로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소외받는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법학과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대학에 가까스로 입학하고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기까지는 고난과 맞싸운 도전의 연속이었다. 양 씨가 2001년 연세대 법학과에 입학하자 온 가족이 고향인 경남 마산시의 살림을 정리하고 양 씨의 뒷바라지를 위해 서울로 올라와 학교와 가까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반지하 월세방을 얻었다.

아버지가 생업을 포기하고 아들의 뒷바라지에 매달린 나머지 살림은 점점 기울어갔다. 휠체어를 실을 중고차를 마련할 여유가 없어 늘 택시를 타고 다녀야 했다. 양 씨는 늦은 시간까지 공부했던 어느 해 겨울밤에는 택시가 잡히지 않아 아버지와 한 시간 동안 눈 속에서 덜덜 떨었다고 회상했다. 보통사람은 10분이면 갈 거리를 한 시간 걸려 간 날도 부지기수였다.

법대생들은 보통 입학과 함께 사법시험 준비에 매달리느라 학점 관리에는 소홀한 편이다. 그러나 양 씨는 사법시험도 졸업 이후로 미룰 정도로 학점을 늘 최고 수준으로 유지해야했다. 매 학기 장학금을 받지 않으면 비싼 등록금을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 사법시험 준비를 시작하면서도 고시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듣는 신림동 고시촌 학원 강의 대신 신림동 강의료의 반값 수준인 대학 내 고시 강의를 듣고 또 들었다.

검사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은 사법연수원 강의를 들으면서 점점 선명해졌다. 연수원 과목 중에서도 검찰 관련 강의가 너무 재미있었어요. 성적도 다른 과목보다 잘 나왔습니다. 소외계층에 대한 공정한 시선을 담으면 더 좋은 검사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그러나 걷지도 못하는 내가 수사를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더 컸다. 휠체어를 탄 검사라는 말은 태어나서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양 씨의 고민을 눈치챈 사법연수원 교수들은 그럴수록 반드시 검사가 돼서 몸이 불편한 사람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어깨를 두드려줬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서 2개월 동안 검사 시보로 일하면서 양 씨는 휠체어를 탄 검사가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고양지청에서 만난 선배 검사들은 장애인이라고 배려하기보다는 다른 직원들과 똑같이 일을 배울 수 있게 배려했습니다. 검사 업무는 신체장애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양 씨를 검사로 선발하면서 법무부도 많이 고심했다. 그러나 뛰어난 성적에 원만한 인간관계까지 갖춘 양 씨를 선발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사법연수원 수료 과정을 보니 수업 성적이 우수할뿐더러 모임이나 단체 활동에 빠짐없이 참여할 정도로 인간관계가 좋았다며 몸이 다소 불편해도 검사직을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양 씨는 지금 처한 환경이 어려운 사람들도 난 안되겠지라는 마음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목표를 세우고 차근차근 해 나간다면 원하는 것을 다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이서현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