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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뻐졌지만 세상 눈 무서워 외출 못해요 (일)

예뻐졌지만 세상 눈 무서워 외출 못해요 (일)

Posted January. 26, 2010 09:27,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예뻐지고 싶어서 한 수술인데. 이제 밖에 나가서 사람들하고 눈 마주치는 것조차 무서워졌어요.

여대생 신현정 양(가명24)은 2007년 말 1500만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한 성형외과에서 눈, 코, 이마, 광대뼈, 턱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병원에서는 수술도 잘 됐으니 사진이나 찍자고 몇 차례나 권유했다. 부모님께 알리지 않고 몰래 한 수술이라 촬영을 거부한 신 양에게 병원 측은 다른 사람들한테 보여줄 건 아니고 우리만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설득했다. 여러 차례의 권유에 신 양은 마지못해 사진을 찍었다. 불안감은 있었지만 안 된다고 몇 번이나 주의를 줬는데 설마 하는 마음으로 차차 그 일을 잊어갔다.

수술 후 1년여 뒤. 신 양은 한 친구의 말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병원에서 네 사진을 보여주더라. 너 그렇게 생겼었니? 우리만 본 게 아닌 것 같은데. 병원에서 신 양의 얼굴을 본 사람은 한두 명이 아니었다. 병원을 다녀온 지인들이 네 얼굴 사진을 봤다며 잇따라 연락이 왔다. 병원에 전화를 해 따졌더니 처음엔 그런 일이 없다고 발뺌하던 성형외과 측에서는 지인들의 이름을 대자 초상권은 우리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신 양이 소송을 해서라도 사진을 없애도록 하겠다고 강하게 항의하자 그제야 병원 측은 미안하다. 상담용 사진앨범에서 신 양의 사진은 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몇 차례 신 양의 사진을 병원에서 봤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시 한 번 경고를 할까 하다가 아예 수술 사실 자체를 잊고 싶어 사진을 본 사람들을 피하고 만나지 않았어요. 그렇게 하면 더는 일이 커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죠.

1년이 지난 지난해 12월 겨우 마음을 추슬렀던 신 양은 또다시 절망했다. 문제의 성형외과가 급기야 인터넷 홈페이지 광고에 신 양의 사진을 올려놓은 것. 무서워서 홈페이지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울다가 정신을 차리고 들어가 봤어요. 사실 홈페이지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나 아니라고 우기면 되겠지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있었는데 모자이크 하나 없이 올라간 사진은 누가 봐도 저더군요. 이미 사진은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 블로그에 수십 장이 퍼져 있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사진 아래 무수히 달린 조롱성 댓글을 보고 생전 처음 죽어버릴까란 생각도 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태연했다. 미안한데 병원에 오시면 모델료 드릴게요. 아니면 수술을 더 해드릴까요. 변호사를 통해 사진이 홍보에 딱 좋으니 모델료 받고 계속 사진을 사용하게 해주면 안 되겠느냐는 요청까지 왔다. 신 양은 결국 지난해 12월 행정안전부 산하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냈다. 성형외과에서는 그냥 잠깐 쓰고 몇 백만 원 던져주면 되겠지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길에서 웃는 사람만 마주쳐도 혹시 내 사진 봤나 싶어서 대인기피증까지 생겼어요. 남자친구를 만나는 것조차 두려워졌어요.

성형외과 간의 고객 유치 경쟁과 홈페이지를 통한 광고가 성행하면서 신 양처럼 성형수술 과정에서 찍은 성형 전후(Before&After) 사진이 당사자의 동의 없이 무단 유출돼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행안부 산하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강달천 사무국장은 성형 전후 사진을 두고 갈등을 빚어 조정 단계까지 오는 일이 매달 발생한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전반적인 성형외과 관련 분쟁 건수는 2003년 1430건에서 2009년 2016건으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 성형 전후 사진과 관련한 분쟁건도 상당수로 추정된다.

사진 유출에 대해 성형외과들은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광고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압구정동의 모 성형외과 실장은 성형외과를 찾는 손님들 상당수가 비포 앤 애프터 사진을 보고 수술을 결정하는 편이라 병원에서는 사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며 이름이 있는 큰 병원들은 철저히 동의를 받지만 허술한 병원들은 사진을 무단으로 썼다가 분쟁을 겪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인터넷 카페, 홈페이지를 통한 광고에 대해 제대로 된 심의나 단속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다. 의료광고 심의를 맡고 있는 대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측은 현재 인터넷 광고는 심의 대상에서 빠져 있다며 인터넷상에서 의료광고 심의 준수 여부는 제한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장윤정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