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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예지원씨 결연아동들 실종에 애끓어

Posted January. 16, 2010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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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어디 있니? 힘들겠지만 꼭 견뎌내야 해.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 다시 만나자.

영화배우 예지원 씨는 최근 아이티에서 대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차인표 신애라 씨 등 연예인들과 함께 국제 구호단체 컴패션의 일원으로서 아이티를 방문했을 때 결연한 두 명의 아이가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1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컴패션하우스를 찾은 예 씨는 컴패션 본부 측에 아이들의 생사확인을 요청했으나 현지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말밖에 들을 수 없었다. 그는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찍은 흑인 소녀 마리 로데스 스테이시 양(7)의 사진과 프레드슨 게리내 군(8)이 보내온 편지를 어루만지며 기도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지난해 3월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도착한 예 씨의 눈에 우선 들어온 건 벌거숭이가 된 황량한 산이었다. 전 국민의 80%가 실업자로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아이티는 사람들만 말라 있는 게 아니었다. 땅도 메말라 있고, 풀도 말라 죽었고, 소도 개도 모두 비쩍 말라 있었다. 아이들은 더러운 진흙에 버터와 소금을 넣어 만든 진흙 쿠키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교회에서 한 아이를 품에 안았어요. 그 아기가 저를 보는데 눈빛이 마치 80세 노인 같았어요.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처럼 인생을 다 산 아기 같았죠. 그 눈빛을 보고 나선 도저히 그대로 떠날 수가 없더라고요.

예 씨는 한국으로 돌아온 후 아이티에 사는 어린이 두 명과 필리핀, 케냐에 있는 아이들 등 총 5명에게 매달 양육비(3만5000원)를 후원해왔다. 컴패션 아이티 지부는 후원자들의 기부금으로 아이들에게 식량과 옷, 의약품을 지원해주고 학교 공부도 시켜주고 있다. 그는 두세 달에 한 번씩 아이들과 편지와 사진을 주고받으며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에 감동을 느꼈다.

안녕하세요. 예지원 누나. 저는 엄마가 배 사고로 돌아가셔서 아빠랑 살고 있어요. 저를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입학해서 4번째 시험을 치렀는데 잘 봐서 기분이 좋아요.(프레드슨 게리내)

우리 아버지는 막노동을 하시는데 일거리가 많이 없어요. 저는 집에서 청소와 물을 길어 나르는 일을 맡아서 해요. 공부는 잘 못하지만, 노래 부르기를 좋아해요.(마리 로데스 스테이시)

예 씨는 이날 아이들이 지난해 말에 보내온 편지를 다시 꺼내 보며 이 편지가 아이들의 마지막 편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에 눈물을 글썽였다. 예 씨는 우리는 꼭 대참사로 수만 명이 숨져야만 지구촌 이웃에게 관심을 갖는다며 평소에도 조금씩만 눈을 돌려보면 우리가 얼마나 감사해야 하는 삶을 사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훈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