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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수준별 수업 6개월만 들으면 영어수업 귀 열려요 (일)

방과후 수준별 수업 6개월만 들으면 영어수업 귀 열려요 (일)

Posted January. 06, 201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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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엔 영어만

대원국제중 학생의 월요일 아침은 제비뽑기로 시작한다. 하루 동안 감시할 대상을 뽑는 것이다. 월요일은 모든 학생이 영어로만 말해야 한다. 누가 자기를 감시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실수로라도 우리말을 썼다가는 어느새 친구가 다가와 I get you!(잡았다)라며 한국말을 썼다는 확인서에 서명을 요구한다. 걸리면 영시를 2편 외워야 한다. 채진균 영어교사는 영어를 잘하는 아이들은 시키지 않아도 영어로 말하곤 하는데 자신 없는 아이들은 그렇지 못했다며 월요일에 영어로만 말하라고 멍석을 깔아 줬더니 잘 못하는 아이들이 영어로 말하는 기회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8일에는 전교생이 1박 2일 독서캠프를 떠났다. 각 반을 수준별로 3개 그룹으로 나눠 각 수준에 맞는 영어책을 나눠주고 자신이 읽은 책을 학생들 앞에서 발표하게 했다. 김일형 교장은 이 캠프를 록인(Lock in) 캠프라고 부른다. 책만 읽을 수 있는 장소에 아이들을 가둬놓고 독서삼매에 빠지도록 한다는 뜻이다.

캠프에 이어 열린 교내 영어토론대회를 본 교사들은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영어 담당이 아닌 교사들은 아이들의 수준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16개조 70여 명의 학생이 조화가 다양성보다 중요한가 영어는 꼭 필요한가 등의 주제를 놓고 찬반으로 나뉘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여름에는 대원외고가 태국 방콕에 설립한 브롬스그로브 국제학교로 캠프를 떠났다. 현지 교사들과 어울려 축구, 수영 등을 즐기는 시간이었다. 문제는 참가비가 만만치 않아 한 학년에 20%나 되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문제는 각 반 학부모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해결할 수 있었다. 김 교장은 앞으로 사회적 배려 대상자 학생들이 행사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학부모 후원회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중 학생들은 일요일마다 근처 교회를 찾아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한글을 가르쳐 주고 있다. 10여 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조카뻘인 아이들에게 한글을 배운다. 아이들이 영어를 잘하기 때문에 필리핀 출신 노동자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

영어집중반으로 자신감 키워

채 교사는 입학할 때부터 모든 아이들의 영어 실력이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면 한 반에 절반은 입을 열지 못했고 수업 내용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거의 모든 학생이 영어 수업을 어렵지 않게 받는다는 것이 교사들의 반응이다. 채 교사는 6개월이면 영어 수업을 들을 수 있다며 단, 방과 후 수업을 열심히 들었을 때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학교 방과 후 영어수업의 특징은 수준별 9개 반으로 세분했다는 점이다. 한 학년이 5개 반이기 때문에 방과 후 수업은 한 반의 절반 정도 인원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영어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은 영어집중반인 EIL반을 수강한다. 또 인터넷을 통해 영어로 화상 대화를 하면서 영어에 자신감을 키운다.

사교육을 받지 않아 상대적으로 영어에 친숙하지 않았던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 합격생이라도 EIL반에서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교사들은 말한다. 실제로 EIL반의 사회적 배려 대상자 학생들의 입학 당시 순위는 평균 128등이었다. 하지만 1학기 기말고사에서는 112등, 2학기 기말고사는 100등으로 점차 오르고 있다. 교사들은 영어 실력이 뛰어난 아이들이 모인 국제중에서 이 정도로 성적이 올랐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입학 당시 97등이었던 한 학생은 EIL반에서 공부한 뒤 전교 11등까지 영어 성적이 올라 화제가 됐다.

수월성교육 고교로 이어져야

올해 대원국제중은 각종 상을 휩쓸며 두각을 나타냈다. 제1회 KDF 영어토론대회에서 베스트 스피커상 수상, 유네스코 말하기쓰기 대회 최우수 학교, 성균관대 주최 전국 영어수학 학력경시대회에서 최우수 학교로 선정되는 등 화려한 데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국제중 학생들이 내신성적을 잘 받기가 어려워 고교 입시에서 불리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영어 과목 내신성적을 반영하는 외국어고나 내신 상위 50%로 지원요건이 제한된 자율형사립고 입시에서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교입시에서 일반 중학교와 특성화 중학교에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문제는 국제중 설립 당시부터 논란이 있었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이대로라면 일반 중학교와 동등한 기준을 적용받게 된다. 김 교장은 부산 지역은 특성화중학교에 비교내신을 적용하는 등 다른 선발 기준을 적용해주고 있다며 수월성 교육이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이어지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입시 전문가들은 특목고와 자립형사립고 등에서 입학사정관제를 확대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국제중 학생들이 내신의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중학교에서 이미 다양한 활동을 하고 차별화된 교육을 받은 국제중 학생들에게 입학사정관제는 일종의 혜택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전문가는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외국어고에는 국제중 학생들이 가장 원하는 인재상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남윤서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