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기업 대표이사 A 씨는 최근 5년 동안 근로소득금액으로 모두 3억900만 원(약 월 500만 원)을 국세청에 신고했다. 그러나 A 씨는 이 사이에 34억7500만 원 상당의 아파트를 샀을 뿐 아니라 가족 7명이 해외여행을 112차례나 간 것을 포함해 소비 지출액이 8억3400만 원에 이르렀다. 국세청은 최근 개발한 소득지출 분석 시스템(PCI 분석시스템)을 시범 가동해 A 씨의 5년 동안의 소득과 지출을 비교 분석한 결과 35억9600만 원의 소득을 탈루한 것으로 추정했다.
국세청은 최근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자 350만 명을 상대로 PCI시스템을 시범 가동해 A 씨처럼 최근 5년 동안 신고한 소득에 비해 지출한 금액이 10억 원 이상 많은 탈루 혐의자 4만 명을 새로 걸러냈다고 15일 밝혔다. 이 중 부동산 개발 및 매매업자가 절반이 넘고 음식 숙박업자 4000여명 의사 1400여명 학원 종사자 600여명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 전문직종 200여 명의 순이라고 국세청은 밝혔다.
국세청은 이를 바탕으로 내년 5월 종합소득세 확정 신고 때 탈루 혐의 금액이 많은 납세자를 숨은 세원() 관리대상자로 선정해 관리할 계획이다. 이들에게는 1차적으로 소명의 기회를 주고 재산증가 및 소비지출에 사용된 소득 원천을 제대로 밝히지 못할 경우 세무조사대상으로 선정해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일단 최소한의 범위에서 탈루 혐의자를 시범적으로 추려낸 것이라며 내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 대상자와 금액은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PCI시스템은 소득에 비해 지출이 과도한 납세자들을 가려낸 뒤 이들의 탈루세액을 추적하는 방식이다. 국세청은 기존에 확보해 통합 관리하고 있는 과세정보자료를 바탕으로 납세기록에서 드러난 부동산주식회원권 등을 통한 재산증가 국내 신용카드 및 현금영수증 사용내역 해외여행 때 신용카드 내역 등의 소비 지출액 및 재산증가액을 산출한 뒤 이를 개인 신고소득금액과 비교분석해 탈루 혐의자와 탈루 금액을 추정한다.
국세청은 우선 세금탈루가 잦은 현금수입업종과 고소득 자영업자 위주로 숨은 세원을 발굴하고 점차 일반 업종으로 이 시스템의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시범 가동에서 부동산 개발 및 매매업자들이 많이 나온 것과 관련해 부동산 투기로 재산을 불린 사람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국세청은 추정하고 있다.
또 기업의 사주가 회사자금을 유용해 사적으로 소비하거나 재산 증식에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인에 대해서도 내년 4분기(1012월) 이 시스템을 보완해 활용할 계획이다.
길진균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