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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 알면 한국인의 정체성 보이죠 (일)

삼국유사 알면 한국인의 정체성 보이죠 (일)

Posted December. 10, 200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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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기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교수(48)는 20년 넘게 삼국유사 연구에 몰두해왔다. 그런 그가 나의 라이프 워크(평생의 작업)라며 삼국유사를 소재로 한 시리즈 저작을 시작하면서 첫 결과물을 내놨다.

시리즈 제목은 스토리텔링 삼국유사, 첫 번째 책의 제목은 도쿠가와가 사랑한 책(현암사)이다. 삼국유사 시리즈의 시작에 일본 에도() 막부의 장군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이름이 붙은 이유가 궁금했다. 고 교수는 20세기 이후 본격화한 국내 삼국유사 연구의 시발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도쿠가와에 이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13세기 일연이 쓴 삼국유사는 1512년 경북 경주에서 다시 한번 인쇄된 다음 1927년 최남선이 새롭게 알리기 전까지 415년 동안 한국에서 잊혀져 있었다. 그 긴 세월 동안 삼국유사의 명맥이 유지된 것은 일본에서였다.

임진왜란의 와중에 삼국유사는 전리품 중 하나로 일본에 건너갔다. 왜장 가토 기요마사()는 삼국유사를 도쿠가와에게 바쳤다. 문화 진흥에 힘썼던 도쿠가와는 삼국유사를 비롯해 조선에서 건너온 책에 특히 관심을 기울였다.

도쿠가와는 오늘날의 나고야인 오와리() 번에 자리 잡은 후손에게 1700여 종의 책을 넘겼다. 1624년 오와리 번은 고미즈노오() 왕에게 책 32종을 빌려줬는데 그 가운데 삼국유사가 포함됐다.

이후 삼국유사는 나고야 시립 호사()문고로 전해졌고 1904년 도쿄데이코쿠()대 사학과에서 삼국유사를 찍어냈다. 한국에서 유통이 단절됐던 삼국유사는 그해 일본 유학을 떠난 최남선에 의해 재발견됐다. 최남선은 이를 들여온 뒤 1927년 잡지 계명에 해제와 함께 실었다. 고 교수는 1927년은 삼국유사가 13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 긴 여행 끝에 우리 가까이 다가온 첫해인 셈이라고 말했다.

고 교수가 호사문고에서 삼국유사 도쿠가와본을 처음 확인한 것은 2006년 10월. 그때 그는 호사문고의 장서를 소개하는 팸플릿 가운데 황실에 빌려 드린 서적의 메모라는 목록에서 삼국유사를 발견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그는 이듬해 메이지()대 객원교수로 초청 받아 일본에 머무는 동안 수수께끼를 파헤쳤고, 삼국유사가 일본에서 어떤 경로로 유통됐는지 밝혀냈다.

고 교수는 이번 시리즈 아래 매년 한 권씩, 15권을 낼 계획이다. 두 번째 책으로는 일연의 삼국유사 기술 방법을 설명하는 이 이야기꾼의 한 생애를 구상 중이다.

한국이 커지고,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세계는 우리를 향해 너희는 누구냐는 질문을 더 자주 던질 것입니다. 거기에 답하려면 우리를 알아야 하는데 우리가 누구인지 아는 데 삼국유사만 한 텍스트가 없습니다.



금동근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