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소식통들은 북한의 화폐 교환 마지막 날인 6일까지도 주민들 사이에 혼란이 계속됐다고 전했다.
대북 인권단체인 좋은벗들이 발행하는 오늘의 북한 소식은 이날 갑작스러운 화폐 교환으로 충격을 받은 (북한) 주민들 가운데 심장마비로 쓰러지거나 사망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며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부터 힘들게 장사해 모은 돈이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사라지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지는 (북한 당국이) 화폐 교환을 선포한 뒤 주민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죽는 사람들이 생겨나자 사인 조사에 착수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장마당(시장)과 공장, 기업소도 당분간 정상 운영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당 지방당 관계자들은 12월까지 시장에서 장사가 정상화되기 어려울 것이다. 화폐 교환 뒤 새 물가가 공표되더라도 당분간 현금 유통은 잘 안 될 것이다고 말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북한 당국은 새 국정가격을 공표하기 전까지는 시장에서 새 돈을 사용할 수 없도록 100원권 이하의 새 돈은 아직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지는 모든 공장, 기업소들도 화폐 교환 기간인 일주일 동안은 생산을 멈춘 상태라고 전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4일 조선중앙은행 조성현 책임부원의 말을 인용해 (화폐개혁 이후) 하루 이틀은 혼란이 조성될 수 있다고 예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화폐개혁 이후 7일째인 이날까지도 북한 내부의 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고 한다. 좋은벗들은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7일부터 새 화폐로 국영 상점이나 시장에서 식량과 최소한의 생필품을 살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북한 당국이) 화폐 교환이 끝난 뒤 주민 1인당 500원의 배려금(위로금)을 무상으로 주는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북한이 올해 7월 이후 대남 공세를 자제하고 대화와 지원을 요구하는 유화정책을 들고 나온 것은 이번 화폐개혁 조치를 앞두고 남측의 대규모 경제지원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었느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조치의 성패는 국가가 주민들에게 충분한 상품을 공급해 주느냐에 달려 있다. 북한 당국도 내부 생산만으로는 공급을 충당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외부 지원을 기대하고 올해 하반기 이후 미국 남한 등에 유화정책을 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8월 16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묘향산에서 만나 남북 교류협력에 관한 5개항을 약속했다. 북한 당국은 이후 대규모 현금 수입이 보장되는 금강산과 개성 관광 재개를 남측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또 북한은 개성공단과 금강산으로 가는 육로 통행을 제한한 121조치를 스스로 풀고 추석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 등을 허락한 뒤 인도적 지원을 명분으로 대규모 식량 지원을 우리 정부에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810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는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에게도 적극적인 유화 메시지를 보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한 전문가는 북한으로선 매우 다급한 상황이라며 대북지원에 뜨뜻미지근한 남한보다는 미국에 화끈하게 매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윤완준 신석호 zeitung@donga.com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