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미국은 여섯 살짜리 꼬마 때문에 발칵 뒤집혔다. 콜로라도 주 포트콜린스에 사는 팰콘이란 소년이 헬륨가스를 넣은 열기구를 타고 사라졌다는 실종신고가 들어온 것이다. 하늘에는 정말 열기구가 떠있었다. 이 열기구의 이동경로는 TV로 두 시간이나 생중계되었고 덴버국제공항이 폐쇄됐다. 급기야 미 방위군 헬기가 출동해 열기구를 찾아냈으나 소년은 안에 없었다. 그 시간 소년은 부모의 지시를 받고 다락방에 숨어 있었다.
열기구 소년(balloon boy)이라 불린 이 사건은 매스컴을 타고 싶었던 부모의 자작극으로 드러났다. 소년의 부모는 할리우드 연기학원에서 만났으며 아내를 바꿔 생활하는 와이프 스와프라는 리얼리티 쇼에도 출연했다. 경찰은 부부를 청소년을 이용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할 예정인데 이들은 최고 6년의 징역과 50만 달러의 벌금을 선고받을 수 있다. 철부지 부모는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항공사나 119구급대를 대상으로 한 협박전화 장난전화가 심하다. 장난꾸러기 초등생이나 청소년이 주로 저지르는 짓이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1월 한 달 동안에만 폭파협박 전화가 11건이나 있었다. 최근 3년간 119 신고전화의 77.4%가 허위장난전화 또는 잘못 걸린 전화였다는 국감자료도 있었다. 이로 인해 2008년에만 4만8210번이나 화재출동을 했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38억 원어치에 이르렀다.
법원이 올해 1월 대한항공에 두 차례에 걸쳐 항공기를 폭파하겠다고 장난전화를 건 중학생의 부모에게 1500만 원의 손해배상판결을 내렸다. 부모는 철없는 아이들 짓인데 너무 한 것 아니냐고 할는지 모르지만 사정이 그렇게 간단치 않다. 협박전화를 받는 순간 항공기 이착륙이 금지되고 승객의 신체와 소지품을 일일이 수색해야 한다. 그 기간 수많은 비행기가 연착하고 항공권까지 환불해야 한다.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것도 협박성 장난전화를 근절시키지 못하는 원인이다. 미국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나면 최고 10년의 징역형 벌금 50만 달러에 처해진다. 학교나 가정에서 장난전화의 폐해에 관해 아이들 교육을 시킬 필요도 있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