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10년 동안 지켜온 조선산업 세계 1위 자리를 처음으로 중국에 내주게 됐다. 조선은 반도체와 함께 세계 1위를 차지하며 한국 제조업과 수출을 이끌어온 쌍두마차였다.
6일 국제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인 클라크슨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중국의 수주잔량은 5496만2018CGT로 한국의 5362만6578CGT를 앞섰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중국이 34.7%, 한국이 33.8%. 수주잔량은 전체 수주량에서 이미 건조가 완성돼 인도한 물량을 제외한 물량이다. 조선업체의 역량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한국은 2000년 2월 일본에 앞선 이후 줄곧 수주 잔량 세계 1위를 지켜왔다. 한국은 올해 2월 처음으로 신규 수주량에서 중국에 밀리기 시작해 결국 수주잔량까지 밀림으로써 올해 안에 1위 자리를 내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지원 업고 저가 상선 싹쓸이
중국 조선업계의 약진은 중국 내 기업들의 선박 발주량이 늘어난 데서 첫 번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중국 해운업계는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자국 조선업계에 집중적으로 상선을 발주했다. 양정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엄청난 외환보유액을 지닌 중국은 자국 기업에 배를 발주한 외국 선사들에 대금의 최대 90%까지 빌려주고 있다며 중국의 자국산업 보호주의가 조선업계의 판도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풀이했다. 반면 한국에 발주하는 선주들은 대부분 유럽 또는 북미 선사인데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신규 발주를 거의 못 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올해 상반기(16월)부터 신규 수주량에서 한국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올 들어 10월 말까지 신규 수주는 중국이 270만 CGT(점유율 52.3%)로 한국의 164만 CGT(31.8%)를 크게 앞섰다. 척수 기준으로도 중국은 142척을 기록해 전 세계 발주량(264척)의 절반 이상을 휩쓸었다. 한국은 총 56척 수주에 그쳤다.
고부가가치 선박 등 새 활로 모색
현재 상황을 저부가가치 제조업이 중국에 넘어가는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 9월 말 현재 업체별 수주잔량 순위에서는 한국의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조선,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조선이 여전히 세계 16위를 지키고 있다. 선박 종류별로도 부가가치가 높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과 대형 컨테이너선 등의 분야에서는 한국이 중국을 앞서고 있다. 중국 조선업계는 기술력보다는 노동 집약적인 저가 상선을 싹쓸이해 1위에 올랐다.
한국 조선업체들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선박에 더욱 집중하고 나머지 역량은 플랜트 수주나 신재생에너지 사업으로 방향을 돌리는 추세다.
조선업의 역전 현상이 다른 제조업에도 전파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정부는 최근 국내 조선해운산업의 동반 추락을 막기 위한 지원책을 내놓았다. 구조조정기금이 선박펀드에 투자하는 비율을 현행 40%에서 60%로 늘리고 매입 대상도 건조 중인 선박까지 확대된다. 조선해운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한국수출입은행의 선박금융 지원 대상에 대한 담보인정비율(LTV) 요건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김용석 주성원 nex@donga.com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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