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그들의 유랑은 끝나지 않았다

Posted October. 26, 2009 09:11,   

日本語

북한을 탈출해 중국 등을 거쳐 베트남에 머물던 탈북자 470명이 2004년 7월 27일과 28일 특별기 두 대에 나눠 타고 한국 땅을 밟았다. 사선()을 넘어 자유의 품에 안긴 지 5년이 지났다. 그들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은 7월 16일부터 3개월 동안 이들 470명의 삶의 궤적을 추적했다. 취재팀은 대면 인터뷰와 전화 인터뷰, 서면 인터뷰 등을 통해 당시 탈북자 200명의 현재 직업과 소득, 거주 형태, 삶의 만족도 등을 조사했다. 취재 결과 한국 사회에 뿌리 내리기 위해 희망을 품고 왔지만 이들의 유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북한과는 전혀 다른 언어와 문화, 이들을 사회의 일원으로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 등이 정착을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었다.

탈북자에 대한 싸늘한 시선 탓에 직장을 구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직장에서 정착하는 건 더 어려웠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접촉한 200명 가운데 62명(31%)이 무직이었다. 특히 취업 연령대인 20세 이상 65세 이하는 165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48명(29%)이 직업이 없었다. 직업이 있다고 말한 사람 중에서도 일용직 20명, 식당 종업원 15명 등 불안정한 직업이 대부분이었다. 현재의 직장에서 1년 이상 일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29명에 불과했다.

안정된 직장이 없기 때문에 소득이 낮은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142만 원에 불과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9년 2분기(46월) 가구당 월평균 소득 329만8900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탈북자들의 삶을 경제적으로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북한에 있거나 중국을 떠돌고 있는 가족이었다. 상당수 탈북자가 한국 정부로부터 받는 정착 지원금을 북한과 중국에 있는 가족들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데 쓰고 있었다. 정착 지원금의 절반 정도가 탈북 브로커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다. 한국에서 피땀 흘려 번 돈을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고스란히 보내는 탈북자도 많았다.

희망을 안고 한국을 찾았던 상당수 탈북자는 적응에 실패해 해외로 이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팀이 접촉한 200명 가운데 20명이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으로 떠나 거주하고 있었다. 취재팀이 영국 런던에서 만난 탈북자 6명은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영국 정부로부터 실업수당, 자녀 양육보조금, 의료혜택 등을 제공받아 한국에 있을 때보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한국에서는 갖은 차별 등 탈북자라는 꼬리표가 늘 우리를 가로막았다고 말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염유식 교수는 이번처럼 탈북자들을 무작위로 추출해 광범위하게 조사가 진행된 것은 처음이라며 같은 시기에 입국한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된 이번 시리즈를 통해 탈북자들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 데 어떤 요소가 중요한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정책에도 좋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