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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 가서명 득실

Posted October. 16, 2009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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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가()서명과 함께 공개된 협정문의 주요 내용은 7월 타결 당시 알려졌던 내용과 큰 틀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세부적으로는 새로 드러나거나 구체화된 조항이 적지 않다.

통상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는 유럽으로 수출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는 쪽으로 협정문이 구성돼 있다며 득실()이 분명한 것도 있고, 단기적으론 불리하지만 장기적으론 국내 제도를 선진국 기준에 맞춰 발전시킬 수 있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평가했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는 19일 협정문 영문원본을 홈페이지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이어 11월 초 국문원본도 공개한다.

득(): 한국, 7년 관세철폐 관철

EU가 공산품에 매기는 관세를 없애는 속도가 한국보다 빠른 점은 한국의 대()EU 수출을 늘리면서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합의한 관세철폐 대상 품목 중에 3년 안에 관세를 완전히 없애기로 한 품목이 EU가 99.4%인데 비해 한국은 95.8%다. EU는 5년 안에 대상 품목의 모든 관세를 철폐하지만 같은 기간 한국은 99.5%로 0.5%의 여지를 남겨뒀다. 여기에 해당하는 것은 순모직물 건설중장비 인쇄기계 금속절삭가공기계 등 45개 품목으로 이들 품목은 7년 이내에 관세가 철폐된다. 공산품 관세철폐 기간이 EU보다 2년 길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셈이다.

유럽산 농산물 수입이 급증할 것에 대비해 다양한 안전장치를 포함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 우선 쌀과 쌀 관련 16개 제품은 개방 대상에서 제외하고 쇠고기와 냉장 돼지고기, 설탕 등 9개 농축산물은 긴급 수입제한 조치인 세이프가드를 적용해 한국으로 수입이 급증할 경우 관세를 올릴 수 있도록 했다. 또 한국과 유럽이 같은 북반구에 위치해 있어 포도와 오렌지, 귤 등의 출하시기가 비슷한 점을 감안해 유럽산 포도는 5월10월 15일, 오렌지는 9월이듬해 2월 중 계절관세를 부과한다. 다만 이런 안전장치에도 불구하고 국내 농수축산업에는 피해가 불가피해 향후 적절한 보완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숙제로 남아 있다.

한미 FTA에서 한국에 불리한 제도로 꼽혔던 스냅백(snap-back) 조항이 한-EU FTA에서는 빠졌다. 스냅백은 양측 간 자동차 관련 합의사항을 어기면 관세를 원상회복하는 조치로 독소조항이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실(): 관세환급 세이프가드 도입

관세환급 문제는 한국과 EU가 협상 타결 막바지까지 줄다리기를 거듭했던 난제 중의 난제였다. 대외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관세환급 제도를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EU 측은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한국 기업이 관세 환급분만큼 제품 가격을 낮출 여지가 생겨 유럽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제외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협정문에는 관세환급 제도를 유지하되 5년 뒤부터 특정 요건을 충족하면 관세환급 비율을 제한하는 세이프가드 조치를 포함하는 내용이 반영됐다. 세이프가드 발동 시 환급되는 관세 상한율은 5%로 정했다. 윤성욱 동아대 교수(국제법무학)는 EU 측이 5년 뒤부터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수 있어 국내 수출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세이프가드 발동 상황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의 기준에 따라 제작된 차량에 대해 안전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하기로 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유럽은 대부분 UNECE 기준을 채택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주요 안전기준 42개 가운데 32개만 따르고 있어 나머지 10개에 대해선 발효 후 5년 안에 이 기준에 맞춰야 한다.

한편 이번 협정문에는 해외투자 과정의 투자자 보호 장치인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절차(ISD)가 빠져 추가적인 안전장치를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U가 지난해 6월 도입한 강력한 환경규제인 신화학물관리제도(REACH)와 관련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REACH는 EU로 수출하는 화학물질의 양과 위해성에 따라 해당 제품을 EU에 등록, 신고하고 평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로 한국의 수출기업에는 큰 부담이 되지만 이번 협정문에는 협력한다는 수준으로만 반영됐다.



차지완 장원재 cha@donga.com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