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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주택 속앓이 3제

Posted August. 29, 2009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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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vs 수요자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좋은 입지에 값싼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예정되면서 가을 분양시장에 기대를 걸던 건설사들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수요자들의 관심이 온통 보금자리주택에 쏠려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비싼 민간 건설사의 아파트에는 신중하게 청약하거나 청약을 미룰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장 10월에 대규모 동시분양을 앞둔 인천 영종하늘도시나 경기 남양주시 별내지구, 고양시 삼송지구 등이 보금자리주택 분양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간신히 해소되고 있는 수도권의 미분양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민간건설사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다며 공공물량 공급시기를 의식해 최대한 분양일정을 앞당기거나 아예 늦추는 등 민간건설사 분양일정에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무주택자들은 시세의 반값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수도권 전체에서 공공분양 물량이 20만 채 늘어 당첨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신혼부부, 다자녀가구 등에 우선권을 주는 특별공급제도와 근로자 생애최초 주택청약제도 등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특히 30대 직장인들의 기대가 크다. 올해 12월 결혼을 앞둔 장모 씨(31)는 보금자리주택은 사회초년생이 서울에 집을 얻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기회라며 경쟁률이 치열할 것 같지만 반드시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청약 예부금 vs 청약저축

전문가들은 827대책으로 청약저축 통장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보금자리주택에 청약자격이 주어지지 않는 청약예금이나 청약부금 가입자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8년 동안 청약예금을 부어온 김모 씨(35)는 보금자리주택 분양에서 청약 예부금 가입자를 배제한 것에 반감을 드러냈다. 김 씨는 같은 무주택자인데 예금과 부금 가입자들에게는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일정 물량은 예금이나 부금 가입자에게 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축 기능이 포함된 청약종합통장 가입자들은 큰 변동이 없겠지만 상당수 청약 예부금 가입자들이 통장 해지 후 종합통장 또는 저축통장으로 옮겨 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로또 수준의 당첨 확률이 예상되는 보금자리주택에만 청약하는 전략은 상당한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며 공공분양에서 당첨이 안 되면 민간주택을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성급하게 청약예금이나 부금을 깨기보다는 거주 희망지역의 공급계획을 살펴보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정부 vs 지방자치단체

국토해양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서 주택문제 해결을 위한 획기적인 카드를 제시했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기도와 고양시, 하남시 등 보금자리주택이 주로 들어서는 지자체들은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계획을 발표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 지자체들은 이번 대책이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기 지역에 임대주택이 대거 건설되는 데 따른 불만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2012년까지 보금자리주택을 앞당겨 공급하면 20132018년에는 공급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부터 2012년까지는 수도권에 매년 15만 채를 공급하지만 2013년부터는 연간 공급물량이 6만6000여 채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과거 분당, 일산 등 신도시를 건설해 200만 채를 일시에 공급한 뒤 시장이 안정된 것처럼 2012년까지 보금자리주택을 대량 공급하면 비슷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길진균 이서현 leon@donga.com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