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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호흡기 떼어내는 순간 할머니 볼엔 눈물이 흘렀다

인공호흡기 떼어내는 순간 할머니 볼엔 눈물이 흘렀다

Posted June. 24, 2009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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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11시 20분경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15층 내과병동 1인실. 21.4m(6.5평)의 작은 공간에서 존엄사 주인공인 김옥경 씨(77여)를 직접 만났다. 이번이 두 번째다. 한 달 전 9층 내과 중환자실에서 만났을 때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었지만 이번엔 호흡기를 뗀 상태였다.

세브란스병원이 대법원의 연명치료 중단 결정에 따라 김 할머니의 호흡기를 뗀 것은 오전 10시 22분. 김 할머니가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지 1년 4개월 만이고 지난해 11월 28일 1심 법원이 국내 처음으로 가족들의 연명치료 중단 요청을 받아들인 지 7개월여 만이다.

호흡기를 뗀 할머니의 모습은 점점 죽어가는 모습과는 달리 오히려 얼굴에 혈색이 돌았다. 고개는 오른쪽으로 돌린 채 입을 움찔움찔하면서 스스로 호흡을 하고 있었다. 자발호흡을 통해 할머니는 마지막 생명의 줄을 놓지 않고 있었다.

환자의 오른쪽 모니터는 분당 95 정도의 심박수(정상 60100회), 92% 정도의 산소포화도를 가리켰다. 산소포화도가 대개 96% 이상이 정상이지만 92% 정도의 산소포화도는 약간 부족해 보인다. 그 부족한 산소포화도를 할머니는 스스로 심박수를 높여 보완하고 있었다. 호흡수는 20회 정도를 보이고 있었다. 정상인과 같은 호흡수이다.

김 할머니는 오전 9시경 세브란스병원 본관 9층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떼어낼 15층 1508호(1인실)로 옮겨졌다. 간호사 등 5명이 침대째로 김 할머니를 옮겼다. 병실에는 주치의 박무석 교수 등 의료진 5명과 김 씨의 아들, 딸, 사위 등 가족 11명, 가족 측 변호사, 김 할머니가 다니던 교회 목사, 존엄사 허용 1심 판결한 서부지법 김천수 부장판사가 지켰다.

가족이 침통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동안 갑자기 김 할머니의 발이 조금 움직였다. 그러자 딸이 어머니의 발을 주물렀다. 딸들이 얼굴을 대며 엄마,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요. 하늘에 가서 아버지도 만나서 행복해요라고 말했다. 이어 임종예배가 시작됐다. 예배 말미에 가족은 어머님의 은혜를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예배가 끝난 오전 10시 22분 주치의가 호흡기를 떼어 내겠습니다라며 김 할머니의 입과 코에 연결된 호흡기, 호스를 떼어낸 후 기계 전원을 껐다. 호흡기를 뗀 후에도 김 할머니는 눈을 뜬 상태였고 입술을 움찔거렸다.



이진한 김윤종 likeday@donga.com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