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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서 카드 긁으면 연체 블랙리스트?

Posted May. 19, 200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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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를 긁으면 마음이 들킵니다.

좀 섬뜩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당신의 신용카드 사용기간이 길어질수록 카드사는 축적된 정보를 통해 더 많이 당신을 알게 된다는 뜻이다. 신용카드 회사가 소비자의 마음을 읽으려는 이유는 구매 성향 분석이 아니라 얼마나 성실하게 카드대금을 결제하느냐를 알기 위해서다.

아멕스, JP모간체이스, 캐피탈원 등 미국 대형 카드사가 구매상품과 상품구매 장소 등 8만5000여 개의 유형을 분석해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10만 명의 카드 소지자 중 당구대가 설치된 성인업소에서 카드를 긁은 3940명은 향후 12개월 내에 4차례 신용카드를 연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우표를 구입한 400명(10만 명당)만이 1년에 4번 카드대금을 연체한 것에 비해 10배 정도 연체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또 술집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한 사람은 치과에서 사용한 사람보다 4배가량 연체 확률이 높았다.

의자다리 커버, 제설장비 등을 구입한 사람들은 카드사들이 공인한 성실한 소비자 유형. 특히 의자가 마룻바닥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의자다리 커버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신용도를 손상시키는 카드 연체를 극도로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제설장비 구입자는 사회에 대한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 야생 새를 위해 최고급 모이를 사는 사람들은 자기가 키우지도 않는 새를 위해 집 주변에 놓아주는 사람들로 우량고객 우선순위에 들었다.

반면 신용카드를 통해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거나 가정상담소 등을 찾은 기록이 발견될 경우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심리적 불안감의 반영이며 결국 실직 등을 통한 경제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새벽에 인터넷 뱅킹으로 계좌를 자주 확인하거나 식료품이나 잡화에 대한 카드 결제가 늘어나는 것도 현금 부족의 신호로 간주됐다. 자동차에 사용하는 엔진오일이나 냉각액 등을 구매할 때 고급브랜드보다는 그렇지 않은 브랜드를 선호하는 구매자의 경우도 카드사에서는 주의 대상 고객으로 분류된다.

뉴욕타임스 매거진 최근호는 미국 카드사들이 연체가 발생한 고객에 대해 즉각적으로 신용한도를 줄이거나 이자율을 급격하게 높이는 한편 한 달에 한 번 내는 결제기일을 단축하는 등의 다양한 압박책을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심지어는 일방적으로 발행된 카드를 취소하는 경우도 빈발하고 있다. 카드 연체에 따른 경영난 타개를 위한 고육지책이다. 미국 의회는 최근 신용카드 소지자 권리법안을 357 대 70의 압도적 표차로 가결해 업계와의 긴장관계를 높이고 있다.



하태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