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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경찰과 민주노총 MOU

Posted May. 01, 2009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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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슬러를 살리기 위해 미국 정부가 채권단과 벌였던 협상이 29일(현지시각) 채권단의 거부로 깨져 파산으로 갈 가능성이 커졌다. 강경투쟁을 주도한 전미자동차노조(WAU)는 정부가 크라이슬러에 준 두 번째 회생 기회를 붙잡으려고 노조가 어려운 양보를 했다고 생색을 냈지만 통하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노조가 많은 희생을 했다고 긍정적으로 말했지만 크라이슬러로 밥 먹고 살던 미국인들이 과연 밥줄을 부지할 수 있을지 아직 판단하긴 이르다.

미국에 WAU가 있다면 우리에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있다. 4월 초 9개국 158개 기업이 참가한 2009 서울 모터쇼에서 민주노총 조합원 40여명은 기자회견 중 갑자기 차량에 선지를 뿌리고 이를 제지하던 의경을 폭행했다. 한 달 전 선출돼 민생과 민주주의를 파탄 내는 이명박 독재정권과 끝장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다짐했던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의 첫 퍼포먼스였다.

두 번째 퍼포먼스는 오늘 예고돼 있다.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노동절 집회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민주노총과 법을 지키면서 시위하겠다는 내용의 평화시위 MOU를 28일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해각서(MOU)란 본래 국가 간 본 조약이나 정식 계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서로 양해한 내용을 확인 기록한 문서다. 청춘남녀가 우리 결혼하자고 각서 쓰고 공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약혼도 아니고 아직 결혼한 건 더욱 아니기 때문에 깨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도덕적 책임이야 없지 않겠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다.

임 위원장은 28일 현장의 분위기는 회사가 살아야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성적 변화로 본다고 말했다. 동력도 안 되는데 총파업을 남발하는 협박성 투쟁은 하지 않겠다는 언사도 곁들였다. 그러면서도 노동절 행사를 국민촛불정신계승 MB정권심판 범국민대회로 열겠다니 현장의 이성적 변화와는 다른 모습이어서 혼란스럽다. 경찰은 법치에 따라 공권력을 집행하면 그만이지 무슨 본 계약할 게 있다고 민주노총과 MOU를 체결한 건가. 법도 잘 안 지키는 사람들이 강제력이 없는 MOU를 지키리라는 믿음이 가지 않는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