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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치는대로 흔들리는 남

Posted March. 18, 2009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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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군부가 개성공단 남측 인력의 남북 왕래에 대해 차단과 허용을 반복하고 있으나 정부는 뾰족한 대응책을 찾지 못한 채 속만 태우고 있다. 정부는 17일 뒤늦게 기업인들의 방북 자제를 요청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여전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절묘한 전술에 일희일비()=북한은 9일 처음으로 개성공단과 금강산으로 가는 경의선과 동해선 육로를 차단한 이래 변화무쌍한 조치를 취했다.

북한은 이후 사흘(1012일) 동안 통행을 전면 허용했다가 13일 다시 전면 차단했다. 주말과 휴일인 14, 15일에는 마치 인질을 석방하듯 6명을 귀환시켰다. 16일에는 귀환은 허용하고 방북은 막았다.

17일 북한은 다시 통행을 전면 허용했지만 당장 18일 통행을 허용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 일각에서는 이제 남은 카드는 방북은 허용하고 귀환은 막는 것뿐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북한의 조치에 정부는 늘 허를 찔린 채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16일 정부는 북한이 통행을 계속 전면 차단하거나 반대로 전면 재개할 경우를 상정하고 각각 두 가지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기다렸다.

이날 오전 통일부 간부들은 회의 도중 개성공단지원단을 통해 동의서가 왔다는 보고를 받자 오늘은 통행이 되겠다며 안도했다. 그러나 북한이 반쪽 통행 카드를 내놓은 것으로 확인되자 정부는 하루 종일 뚜렷한 대응책도 없이 오락가락했다.

13일에도 통일부는 성명을 통해 강도 높은 유감을 표시하려다 오후 6시가 돼서야 합의 위반을 지적하는 수준으로 톤을 낮춰 발표했다. 통행이 차단된 상황에서 북한을 자극하면 공단 내 한국인들의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탓이었다.

뒤늦은 방북 자제 요청=이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던 통일부가 17일 개성공단 기업인들에게 사실상의 방북 자제를 요청한 것은 더는 이런 상황이 계속돼선 안 된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기업인들에 대한 방북 자제 요청이 언제까지 유효한가라는 질문에 통행 보장이 실효적으로 담보되는 때까지라고 말해 사실상 통행이 정상화되는 시점까지임을 시사했다.

그동안 상황에 따른 적절한 대응만을 되뇌던 정부가 이처럼 소극적이나마 대응에 나선 것은 16일부터 국내 여론이 악화되면서 보수 진영에서 본격적으로 개성공단 폐쇄론까지 제기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신석호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