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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빈부 차별없는 세상, 축구로 만들자

Posted February. 24, 2009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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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이 1년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회는 의미가 깊다. 인종 갈등과 빈부의 차, 사회 불안에 휩싸여 있는 남아공은 2010년 월드컵축구를 계기로 진정한 화합과 발전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은 2005년 개최지 선정 당시 남아공은 월드컵 개최 능력이 충분하다. 특히 인종 차별 완화를 위해 월드컵 유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남아공의 희망, 사커 시티를 가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국제공항에서 서남쪽으로 25분쯤 가면 허허벌판 위에 웅장한 경기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남아공 월드컵의 개막식과 결승전이 열리는 사커 시티(혹은 FNB) 경기장이다.

1987년 8만 석 규모로 처음 문을 연 이곳은 연말에 증축 공사가 마무리되면 관중석이 9만4700석으로 늘어나 월드컵 주경기장 역할을 맡게 된다.

23일 찾아가 본 사커 시티는 역동성이 느껴졌다. 10여 대의 대형 크레인과 포클레인 등 중장비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새 역사를 만들고 있었다.

전통 도자기 형상의 경기장은 거대한 철골로 만든 뼈대 바깥에 갈색과 황토색 외장재를 모자이크로 붙이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1770년대부터 시작된 서구 식민 지배에 이어 1948년 악명 높은 인종 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의 시행, 그리고 1994년 넬슨 만델라 대통령을 선출한 첫 민주 선거의 실시까지 남아공 질곡의 역사가 모자이크 하나하나에 아로새겨져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하는 듯했다.

사커 시티에 대한 남아공 국민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공사 현장 관계자는 희망의 월드컵이 열리게 돼 감개무량하다면서 올해 말까지 차질 없이 완공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웃었다.

월드컵 성공을 위한 과제들

남아공 정부는 내년 월드컵 기간에 약 35만 명의 축구팬과 관광객들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불안한 치안에 있다. 대낮에도 도심에서 소매치기와 강도 등이 빈번하다. 밤에는 현지인조차 외출을 꺼릴 정도다. 집안도 안전하지 못하다. 지난해 한국 교민을 상대로 한 범죄만 17건이 발생했다. 대부분이 가택 침입 강도 사건이었다.

극심한 빈부 차도 월드컵의 걸림돌이다. 고급 빌라촌이 화려하게 불을 밝히는 한편에서는 돈이나 담배를 요구하는 걸인들이 도로변에 즐비하다.

남아공 정부의 노력은 애절하다. 경기장 건설 인부들에게 1인당 2장씩 입장권을 지급하고 가장 싼 입장권을 140랜드(약 2만2400원)로 정하는 등 빈곤층의 월드컵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남아공 국민에게 내년 월드컵은 절실한 듯 보였다. 극심한 혼란을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로 여기고 있었다.



황인찬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