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내각(Shadow Cabinet영국 보수당), 대항정부(Contre-gouvernement프랑스 사회당), 예비각료팀(Frontbench Team아일랜드 노동당), 내일의 내각(일본 민주당).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야당이 정권을 잡을 경우에 대비해 만들어놓은 정부를 이렇게 부른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혼합형이라고 할 수 있는 이원집정부제의 프랑스에서는 사회당의 대항정부를 유령내각(cabinet fant?m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의원내각제에 비해 예비내각의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통합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김부겸 의원이 어제 당 토론회에서 7월 전당대회에서 당헌당규를 고쳐 예비내각 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현재의 원내대표 및 정책위원회 조직을 예비내각제로 전환해 재선의원 급으로 그림자 장관을 임명하고 부처 마다 차관, 대변인까지 둬 수권() 정당의 면모를 가다듬어 나가자는 것이다. 1997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일각에서 이회창 후보 한 사람으로만 심판받을 게 아니라 예비내각 명단을 미리 발표해 국민의 관심을 높이자는 반짝 아이디어가 나온 적은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예비내각 도입을 공약한 건 김 의원이 처음인 것 같다.
약간 뜬금없다는 느낌이 없지 않다. 우리의 권력구조에 의원내각제적 요소(국무총리의 장관 임명 제청권)가 없지는 않지만, 프랑스 보다 더 순수 대통령제에 가까워 자칫 공리공담()이라는 소리를 듣기 쉽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이제 정부여당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국민의 지지를 구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자는 뜻이라고 했다. 투쟁 보다는 실력으로 승부하자는 말이다. 그 말을 들으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나 과거 야당 생활을 오래 했던 사람들은 대선에서 531만표의 사상 최대 표차로 패배하고, 총선에서도 참패해 50년 정통 야당이 궤멸 직전까지 갔지만 이명박 정부의 인사 실패와 쇠고기 협상 파문으로 모처럼 재기()의 기회를 맞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할지도 모른다. 김 의원의 야당론에 대한 민주당 당원들의 대답이 궁금해진다.
김 창 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