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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비상구는 깜깜이 분양?

Posted May. 07, 2008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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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아파트 시장에 불황 극복 마케팅의 하나로 모델하우스를 공개하지 않은 채 청약 절차를 끝내버리는 깜깜이 분양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고의로 청약률 0%를 만든 후 일정 기간이 지나 선착순 분양에 나서는 것. 올해 들어 지방에서 공급한 아파트 가운데 50% 이상이 깜깜이 방식으로 분양될 정도다.

K건설 관계자는 어차피 청약 접수를 해도 대량으로 미분양이 나올 게 뻔한데 청약 공고 직후 모델하우스를 열어봐야 비용만 더 든다며 지방에서 청약제도는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라고 말했다.

청약률 0가 낫다 지방에서 대세

올해 초 경남에서 분양한 A아파트. 청약을 받은 결과 10명 남짓만 신청했다. 수요자에게 철저히 외면당한 것. 대량 미분양 아파트라는 인식만 주민들에게 심어준 꼴이 됐다.

주택업체는 미분양이라는 불명예 못지않게 청약 공고 때부터 들인 비용도 아깝다. 주택법에 따라 청약 공고, 청약 접수, 당첨자 발표 및 계약 등에 걸리는 기간은 30일 남짓. 이 기간에 모델하우스를 운영하고 홍보에 들인 비용이 10억 원에 이른다.

A사 관계자는 깜깜이로 하는 게 나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택법에 따라 어차피 해야 하지만 주민들이 잘 모르게 청약 절차를 끝내버린 후 시장 상황을 봐서 대규모 홍보와 함께 선착순으로 분양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S건설 영업팀장은 미분양 아파트라는 나쁜 이미지를 피하고, 비용도 아끼고, 더 좋은 타이밍(모델하우스 개관 시기)에 홍보력을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요자, 동-호수 마음대로 환영

올해 초 경북에서 아파트를 공급한 B건설도 깜깜이 방식을 선택했다.

발행부수가 몇 부 안 되는 지역신문을 골라 청약 공고를 내고 쉬쉬하며 접수를 마쳤다. 그랬는데도 청약한 사람이 있었다. 딱 한 명이었다. 이 회사는 청약률 0%를 만들기 위해 청약한 사람에게 계약을 만류했다.

회사 측은 조만간 선착순으로 분양할 때 청약하는 게 낫다. 선착순 분양 때는 원하는 동(), 호수를 마음대로 골라잡을 수 있다고 설득했다. 청약을 희망했던 소비자는 회사의 설득을 받아들였고 업체는 결국 청약률 0%를 만들 수 있었다.

수요자들도 깜깜이 분양에 대해 나쁠 게 없다는 반응이 많다. 법적 절차에 따라 청약을 하면 추첨으로 동, 호수가 결정되지만 선착순 분양 때는 좋은 층을 골라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분양시대 청약제도 무용지물

소아과 의사인 서모(40) 씨는 2월 울산에 짓는 H아파트 모델하우스를 보러 갔다가 헛걸음을 했다. 이 아파트도 깜깜이 분양이었던 탓에 모델하우스를 보지 못한 것.

그는 물건을 보여주지도 않고 판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업체 측에 따졌지만 소용없었다. 현행 제도로는 모델하우스 개관에 대한 법적 의무가 없기 때문. 깜깜이 분양의 경우 통상 모델하우스를 안 열고, 형식적으로 직원 한두 명이 모델하우스에 있으면서 알고 찾아온 사람에게만 보여주기도 한다.



이은우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