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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밀리면 정권 흔들 아프간 정부, 협상 눈감아

이번에 밀리면 정권 흔들 아프간 정부, 협상 눈감아

Posted July. 25, 2007 03:03,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탈레반이 요구하는 한국인 인질 23명과 탈레반 수감자 맞교환 불가라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3월 이탈리아 기자의 석방을 위해 탈레반 수감자를 석방했던 것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어서 한국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인질 교환은 탈레반 세력 확대 지름길=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인질과 탈레반 수감자의 교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탈레반의 세력이 확대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한국인들이 납치된) 가즈니 주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게 아프간 정부의 판단이다. 세력을 확대하고 있는 탈레반이 남부에서 수도인 카불로 진격해 가는 관문이나 마찬가지인 곳이기 때문이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24일 한국인들이 가즈니 주 고속도로에서 납치된 것은 탈레반이 수도인 카불에 근접해 움직이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곳에서의 주도권 유지가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의 국내적 입지와 직결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탈레반 수감자 석방은 아프간 정권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이날 아프간 정부가 3월 이탈리아 기자 석방을 위해 탈레반 사령관들 가운데 한 명인 우스타드 무하마드 야사르를 풀어준 뒤에 벌어진 일을 상세히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야사르는 석방된 뒤 카불에서 남서쪽으로 65km 떨어진 와르다크 주를 미니 탈레반 지역으로 만들었다.

20년 넘은 독일 병원은 폐쇄됐고 위성접시 안테나를 갖고 있던 주민은 두들겨 맞았다. 정부 협력자는 처형됐으며 대부분의 주민이 탈레반 전사로 변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국제사회 비난도 부담=대외적으로도 아프간 정부가 인질을 석방하면 국제사회의 비난에 시달릴 개연성이 크다. 미국 등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에 협력하는 것을 존립 기반으로 삼아 온 하미드 카르자이 정권으로서는 국제사회의 비난은 치명적이다.

압둘 하디 칼리프 내무차관은 23일 헌법과 국익에 어긋나는 협상을 할 뜻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탈레반 수감자 석방이 아프가니스탄의 취약한 헌정질서를 흔들 것임을 우려한 발언이다.

게다가 탈레반의 요구를 수용해 수감자를 풀어줄 경우 각종 범죄세력의 발호나 추가 납치를 부채질할 수도 있다는 점도 아프간 정부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결국 카르자이 정권은 이래저래 탈레반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많다. 이는 아프간 정권이 한국인 피랍자 석방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해 주기를 기대하는 한국으로선 난감한 일이다.



김영식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