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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리 왜 상석에 안두나 회의장 뛰쳐 나간 감사님

내 자리 왜 상석에 안두나 회의장 뛰쳐 나간 감사님

Posted May. 24, 2007 11:18,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남표 총장이 지난해 7월 취임 직후 보직교수들의 모임인 학무회의를 처음 열었을 때의 일.

열린우리당 대전 서을 위원장 출신인 여인철 감사가 회의장에 도착해 보직교수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는 자리 배치를 확인한 뒤 갑자기 화난 표정으로 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긴 직사각형 탁자의 회의 주재석에 총장과 나란히 자리를 배치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여 감사는 감사는 총장과 더불어 임원인데 학교 측에서 감사 대우를 제대로 해주지 않아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대전 대덕 연구단지에는 19개 정부출연연구소가 있다. 연구단지는 이공계 출신들이 많아 정치문화에는 익숙한 곳이 아니다. 최근에는 이사장이나 감사 자리에 정치권 출신들이 오면서 서로 문화가 맞지 않아 불협화음을 빚는 일이 늘고 있다.

이공계 출신 박사들은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정치권 인사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며 입이 나와 있고 정치권 인사들은 나를 제대로 대우해 주지 않는다며 불만이 많다.

감사를 몰라주는 대학=여 감사는 지난해 12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과학기술협회와의 한중 High-Tech EXPO 2006에 참석했다. 그러나 4일 일정 중 이틀 만에 돌연 귀국했다. 자신보다는 동행한 부총장을 학교 대표로 인정하는 분위기 때문이었다.

그는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을 말하고 싶지 않지만 기분이 나빠 먼저 돌아왔다며 KAIST에서 총장을 제외하고는 감사가 유일한 임원이기 때문에 학교를 대표하며 당시 부총장은 총장을 대신해서가 아니라 그저 부총장 자격으로 참석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2005년 캐번디시(영국의 연구소)-KAIST 협력센터 개소식 때에는 여 감사가 단상에 앉고 이 센터 KAIST 쪽 소장은 일반 내빈석에 앉았다.

여 감사가 여권 인사들의 각종 행사에 화환을 보내면서 판공비를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다.

한나라당 김희정 의원은 22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 감사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취임할 때 축하 화환을 보내면서 법인카드를 썼다고 말했다. 이런 사실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뒤 여 감사는 국무조정실의 감사까지 받았다.

여 감사는 또 학교 측이 리더십 강좌의 일환으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와 송영선 한나라당 의원을 초청하자 보수적인 인물들을 강사로 초빙한 것을 문제 삼아 행사 관계자를 질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런 강사들은 정치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다른 강좌라면 몰라도 리더십 강좌에는 부적절하다고 보았다고 말했다.

학교의 한 관계자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가 당시 학생들에게서 곤란한 질문도 적지 않게 받았지만 토론이 정말 좋았다며 최근 재강연을 요청해 왔다면서 여 감사의 주장을 수긍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문화의 충돌?=현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신인 항공우주연구원 박수훈 감사의 경우 2005년 서울 중앙지검에서 소환 조사를 받았다.

당시 대덕연구단지 내 A 연구원장이 동창생인 정부의 고위 관료와 만나 자신의 인사를 부탁했다는 내용의 e메일을 정부 요로에 보내자 A 원장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했기 때문이었다.

박 감사는 A 원장에게 사과한 뒤 고소 취하를 부탁해 사건을 마무리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감사는 오래 돼서 기억이 나지 않을 뿐 아니라 대답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새천년민주당 출신인 정병옥 전 대덕연구단지관리본부 이사장은 2005년 판공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가 발각돼 해임됐다.

이 밖에도 대덕연구단지 내 정치권 출신 감사들이 대전지역공기업감사협의회와는 별도의 모임을 가진 것에 대해 말들이 많다.

이에 대해 여 감사는 감사협의회에 가면 정치권 출신 감사들이 나오기 때문에 만나지만 별도의 모임을 가진 적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출연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이공계 출신들이 보기에 정치권 출신 감사들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연구소의 돈줄을 쥐고 있는 정부나 정치권에 손이 닿아 있어 함부로 불만을 말할 수도 없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지명훈 이기진 mhjee@donga.com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