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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투자? 투기?

Posted May. 24, 2007 11:18,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최고 낙찰가 경신이 거듭되는 가운데 미술계 내부에서 과열의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서울옥션 경매에서 박수근 화백의 유화 빨래터(7237cm)가 국내 경매 사상 최고가인 45억2000만 원에 낙찰됐고 김환기 화백의 유화 꽃과 항아리(14798cm)도 그의 작품 중 역대 최고가인 30억5000만 원에 낙찰됐다. 박 화백의 작품은 시장의 사람들(62.424.9cm)이 25억 원에 낙찰된 지 두 달여 만의 기록 경신이다. 2000년 3억9000만 원에 팔렸던 김 화백의 작품 15-XII 72 #305 뉴욕은 3월 다시 경매시장에 나와 10억 원에 팔렸다.

작품가 고공 행진 열풍은 20, 30대 젊은 작가들의 작품으로 옮겨 붙고 있다.

청바지 작가로 알려진 최소영(27) 씨가 청바지 조각을 붙여 만든 부산풍경은 4월 26일 열린 서울옥션 경매에서 당초 서울옥션 측이 추정했던 1000만1500만 원을 훌쩍 뛰어넘은 5700만 원에 낙찰됐다. 컵 속의 캔디를 극사실적으로 그린 안성하(30) 씨의 작품 캔디도 같은 날 당초 추정가의 5배인 2500만 원에 팔렸다.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미술품 경매시장의 대박주로 떠오르자 화랑과 미술품 수집가 사이에서는 신진 작가의 작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평창동의 G갤러리 큐레이터는 요새 메이저급 갤러리들이 젊은 작가들을 싹쓸이해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젊은 작가 모시기 열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홍익대 미술대학원 졸업 전시회에는 국내 메이저 화랑의 관장까지 오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당시 전시회를 둘러보았던 한 졸업생은 3, 4년 전만 해도 관람객이라고는 졸업생의 친구들과 가족밖에 없었다며 달라진 세태에 혀를 내둘렀다.

한국화랑협회가 추산한 지난해 미술시장 규모는 약 3000억 원. 시장 팽창이 미술계의 토양을 단단하게 할 것이라는 긍정론에 비례해 최근의 열풍이 기형적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원로, 소장 작가를 막론하고 극소수 작가의 작품 가격만 급상승하는 쏠림 현상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미술계에서는 최근 들어 작품가가 폭등한 작가가 이대원 고영훈 배병우 사석원 씨 등 30여 명 안팎이며 이들의 작품이 시장거래의 90%를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젊은 작가층에선 쏠림 현상과 작품가 폭등이 더 심한 것으로 보인다. 2004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를 통해 일약 스타로 떠오른 최소영 씨의 작품은 데뷔 4년여 만에 웬만한 중견작가의 작품가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랐다.

미술평론가 정준모(50) 씨는 최근의 작품가 고공 행진에 투기성이 짙다며 작품을 눈으로 보고 사는 게 아니라 귀로 듣고 사려는 사람들이 만드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해외 경매 가격과 소문만으로 작품을 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일부 작품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가격이 치솟고 있다는 것이다.



김현지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