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플 대란 때문에 7월 시험을 접수하지 못한 한국 응시자들을 위해 미국교육평가원(ETS)가 PBT(Paper-based TOEFL) 특별시험 원서접수를 시작한 첫날인 17일 두 시간 만에 원서접수가 마감됐다.
그러나 ETS는 이날도 PBT 접수 때와 비슷한 시간에 예고 없이 iBT(Internet-based TOEFL) 접수를 받아 응시 희망자들의 원성을 샀다.
PBT 접수 순조=ETS는 이날 오후 3시부터 PBT 원서접수를 시작했다. iBT 접수 때와 달리 ETS 자체 홈페이지가 아니라 국내 입시기관인 진학사의 비상 사이트에서 원서접수를 받았다.
ETS는 응시자가 일단 홈페이지에 접속한 뒤 진학사 사이트로 들어가도록 안내해 iBT 때와 달리 다운되는 등의 사태는 없었다. 그러나 비슷한 시간에 예고 없이 7월 iBT 접수도 받아 응시 희망자들의 원성을 샀다.
ETS는 이날 오후 5시경 해당 접수 사이트에 모든 테스트센터의 접수가 마감됐다는 공지문을 올렸으며 응시가능 인원인 8000여 명이 이미 접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토플 대란 원인=토플을 보려는 사람은 계속 증가하는데 비해 토플 응시가능 인원은 줄었기 때문이다.
토플 응시 인원은 2001년 5만311명에서 2005년에는 10만2340명으로 급증했다. 전 세계 토플 응시인원 54만명 중 한국 응시자가 20%를 차지해 최고 수준이고 한해 응시료로 1432만 달러가 지급됐다.
또 지난해 9월부터 시험 체제가 iBT로 바뀌면서 응시가능 인원이 줄어든 것도 혼란을 부추겼다. iBT는 전 세계에서 인터넷으로 동시에 시험이 진행되기 때문에 CBT나 PBT와는 달리 컴퓨터 네트워크와 보안 등의 인프라를 갖춘 곳에서만 시험을 치를 수 있어 장소 섭외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외고 입시 규제도 한 몫=해외 유학이 늘고 외국어고 국제고 전형에서 토플 성적을 요구하면서 초등학생 때부터 토플에 응시하고 있다.
또 교육당국이 외고 전형을 공동으로 치르도록 하고 학교별 시험을 금지하는 등 입시에 간섭하는 것도 토플 응시자가 늘어나는데 일조했다는 지적도 있다.
외고 지원자 대부분이 내신이나 토익이 만점에 가까워 변별력을 확보하려면 다른 평가가 필요한데 이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고가 자체 실시하던 영어경시대회를 금지시켜 수험생들은 결국 토플을 공인어학성적으로 제시할 수밖에 없다는 것.
외고 입시에서 토플 성적을 요구하는 전형은 특별 전형 중 글로벌 전형, 외국어우수자 전형 등 일부에 불과한데도 특목고 대비 학원들이 외고 입시에 반드시 토플이 필요한 것처럼 선전을 하는 것도 문제다. 서울 강남과 목동 등지의 특목고 학원은 아예 수강생 전원에게 단체 응시를 종용하는 곳도 있다.
서울의 한 외고 교감은 학교가 알아서 시험을 보도록 하면 될텐데 정부가 자꾸 개입하니까 토플 같은 공인성적에 의존하게 된다고 말했다.
대안은 없나=우선 iBT 테스트센터를 대폭 늘려야 하고 국내의 영어능력평가시험들을 골고루 활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일본의 STEP이나 중국의 CET처럼 정부가 공인하는 자체 영어능력평가시험을 개발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예산도 마련돼 있지 않아 당장 해결책을 찾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김희균 신수정 foryou@donga.com crystal@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