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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소녀 빙판 여제되다.

Posted December. 18, 2006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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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3월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 빙상장에서 열린 전국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경기 결과가 나오자 장내는 술렁였다. 태어난 지 12년 6개월 된 중학교 1년생이 고교와 대학의 국가대표 언니들을 꺾고 우승했기 때문이다.

당시 키 148cm, 몸무게 35kg에 불과한 가냘픈 체격의 이 소녀가 시상식에서 한 말은 웃음을 자아냈다. 미셸 콴(미국)보다 멋진 선수가 될 거예요. 콴은 세계선수권을 5회나 우승한 당시 세계 최강이었고 한국은 피겨의 변방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3년 9개월여 후. 김연아(16군포 수리고 1학년161cm 43kg)는 1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에서 세계 정상의 선수들을 따돌리고 우승했다.

세계 언론은 앞 다퉈 김연아의 우승 소식을 타전했다. AFP통신은 남자 싱글, 아이스댄싱, 페어 부문을 제쳐 놓고 한국 신예 김연아,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다(Rising Korean Star Kim joins world elite)를 제목으로 뽑았다.

초등학교 입학 직전인 6세 겨울에 피겨화를 처음 신은 김연아는 꼭 10년 만에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소녀 시절 피겨 선수의 꿈을 키웠지만 결혼과 함께 가정주부로 지내던 어머니 박미희(47) 씨는 우연히 둘째 딸 연아에게서 놀라운 재능을 발견하고는 피겨의 세계로 이끌었다.

세계 최고가 되려는 모녀의 노력은 지독하면서도 눈물겨웠다. 박 씨는 생활에서 딸 뒷바라지 이외의 모든 일을 배제했다. 스스로 피겨 공부를 해 전문가의 경지에까지 올랐다. 김연아가 시니어 부문에 뛰어든 올 시즌부터는 매니저와 코치 역할까지 하면서 24시간을 딸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김연아 스스로도 적극적이었다. 아버지 김현석(49) 씨는 하루 5시간 이상 훈련하면서도 싫은 얼굴을 보인 적이 없다. 기술 하나라도 자기가 만족할 때까지 피겨화를 벗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이에 비해 강인한 정신력은 국제대회처럼 큰 무대에서 김연아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됐다. 이번 대회에서 김연아는 허리가 아파 경기 출전이 힘들 정도였지만 진통제를 먹고 붕대를 감은 채 최고의 기량을 펼쳤다. 반면 지난해 챔피언인 일본의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16)는 실수를 연발하며 무너졌다.

성인 무대 데뷔 첫해에 엄청난 성과를 이루고도 이날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컨디션이 좋지 않아 실수가 조금 나와 아쉽다며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중국 창춘) 동계 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김성규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