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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의 흔들기? 인사 숨통트기?

Posted October. 28, 2006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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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김승규 국가정보원장의 사의 표명을 받아들인 것은 다음 주 중 현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을 전면 개편하려는 인사 구도와 맞물린 때문으로 보인다.

이미 외교통상부, 국방부, 통일부 장관 교체가 기정사실화된 상태에서 외교안보라인의 마지막 부처인 국정원의 수장 교체가 불가피해졌다는 게 청와대 측 설명이다.

그러나 김 원장의 사의 표명이 국정원이 공을 들인 386 간첩단 사건 수사가 전면적으로 확대되는 시점에 이뤄져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자의 vs 타의=김 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은 북한 핵실험 후 노 대통령이 외교안보 진용을 재편하려는 구상에 숨통을 터주기 위한 선택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얘기다. 국정원은 27일 보도자료에서 대통령이 외교안보 진용을 새롭게 구축하는 데 부담을 드리지 않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국정원 관계자는 최근 며칠 동안 우리도 유임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자리보전을 위해 간첩 사건을 터뜨린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하니까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사의를 표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내에선 김 원장이 26일 오후 노 대통령을 면담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김 원장이 유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했다. 이 때문에 김 원장이 노 대통령을 만나 사의를 표명한 게 타의에 의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김 원장이 386 간첩단 사건이 터지자마자 사의를 표명한 것이 압력 때문이 아니냐는 얘기가 야당과 정부 일각에서 번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현 정권 내 핵심 386 세력들이 국정원의 이번 사건 수사에 반발해 사표를 유도했거나 김 원장이 그만둘 생각을 굳히고 여권의 민감한 부위를 건드릴 수 있는 간첩단 사건을 짚고 나가려 한 것 아니냐고 분석하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인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은 386 운동권과 관련된 간첩단 사건이 터지자마자 김 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이 혹시라도 현 정권의 코드 인사를 관장하는 젊은 386들이 김 원장을 흔든 것이라면 국가적으로 큰 문제라고 말했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며칠 전 청와대에서 국정원에 전화를 걸어 거취 표명은 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말도 되지 않는 억측이라며 국정원장이 바뀐다고 해서 그동안 진행해 온 사건의 수사가 안 되느냐고 반박했다.

정부 일각에선 김 원장이 정보기구 수장으로서 대북 정보 관리에 미흡했다는 점을 교체 이유로 꼽기도 한다. 김 원장은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 외유했고, 9일 북한 핵실험 직후엔 국회 보고를 잘못해 야당으로부터 인책 공세를 받았다.

후임엔 누가 거론되나=아직까지 김 원장의 후임 인선을 둘러싼 구도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다만 후보군으로 윤광웅 국방부 장관과 김만복 국정원 제1차장, 이종백 서울고검장 등이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의 정보통인 정형근 의원은 8월 공개적으로 윤광웅 국정원장 내정설을 거론하기도 했다.

윤 장관은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선배로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으며 김 차장은 국정원 내부 승진이라는 명분으로, 이 고검장은 노 대통령의 사시 17회 동기라는 게 강점이다. 권진호 전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과 김하중 주중대사도 제3의 카드로 거론되고 있다.



정연욱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