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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조 혼성그룹 거북이

Posted August. 23, 2006 03:23,   

日本語

거북이 이야기 1 떴다떴다 거북이

예전만 해도 주위 분들이 너네가 거북이면 난 토끼냐?, 자라는 어디갔냐라며 놀리는 분들이 많았죠. 그럴 때면 늘 거북이처럼 잔 꾀 부리지 말고 한 걸음씩 전진하자고 다짐했는데 이제야 팀 이름에 책임을 질 수 있게 됐어요.(터틀맨)

아직 인기는 잘 실감이 안 나요. 과거만 해도 하루에 9개까지 스케줄이 잡혀 있었는데 지금은 터틀맨 오빠 건강 때문에 스케줄이 두 세 개 정도 뿐이에요. 그런데 무대에서 관객들이 비행기를 다 따라 부르시는 걸 보니 너무 신기해요.(금비)

소몰이 창법으로 대표되는 미디엄 발라드, 섹시 댄스 일색인 여성 가수들 틈바구니에서 파란 하늘 위로 훨훨 날아 가겠죠하는 비행기는 다소 동요식의 건전가요 같다. 그 흔한 사랑 얘기 한 자락 없는 것이 이상할 따름. 사람들의 허를 찌른 듯한 이 노래는 얄미울 만큼 쉽고 간결하다.

클래식이나 오페라가 궁중요리라면 우리 음악은 누구나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떡볶이, 자장면이랄까요? 뛰어난 가창력이나 작곡 실력은 아니지만 누구나 범접할 수 있고 이사, 맞선, 여행 등 생활 속 소소한 내용을 담은 서민음악이겠죠.(터틀맨)

거북이 이야기 2 기본 충실 거북이

그룹의 프론트 맨 터틀맨(본명 임성훈36)과 여성 래퍼 겸 보컬 지이(이지희26)가 만난 것은 10년 전으로 역사는 꽤 길다. 2001년 12월 사계가 담긴 데뷔 음반을 발표한 이들은 이듬해 여성 메인보컬 금비(손연옥24)를 영입해 두 장의 앨범을 발표, 왜이래 빙고 등을 히트시켰다. 얼핏 보면 평범한 댄스그룹이지만 작사, 작곡, 프로듀싱은 모두 이들 몫이다.

수많은 댄스그룹들이 있지만 아류 그룹이 되긴 싫어요. 외부 작곡가에게 곡을 받은 적도 있지만 그건 거북이가 부르든 토끼가 부르든 똑같잖아요. 유치하든 고상하든 직접 만들어 불러야 순리라고 생각해요.(터틀맨)

가장 한국적인 댄스를 표방하는 우리음악은 쿵짝쿵짝하는 정박에 매력이 있습니다. 소몰이 창법도 없어요. 그저 기본에 충실하고 싶은 거죠.(지이)

순간 인터뷰 내내 연신 땀을 닦는 터틀맨이 안쓰러웠다. 지난해 4월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사경을 헤맸던 그는 두 번의 수술 후 가까스로 고비를 넘겼다. 생사의 갈림길 속에서도 그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멜로디를 휴대전화기에 녹음했고 그 노래가 바로 비행기다.

혈액 순환 약부터 아스피린까지 78개 약을 평생 먹어야 한대요. 외국 나갈 때는 약이 너무 많아서 신고까지 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래도 정말 기분 좋은 건 비행기가 인기를 얻은 거예요. 다 두 동생들 덕분이죠. 두 번째 인생이 비행기처럼 날 게 되다니(터틀맨)

우리 입버릇처럼 말해요. 늙고 힘들어도 앨범은 죽을 때까지 내자고요. 저희들 결혼하면 터틀맨 오빠가 장롱하고 냉장고 사준다고 했어요. 그거 받을 목적으로라도 끝까지 노래해야죠.(지이)

부조화 속의 조화라며 웃는 이들, 닭살 돋은 거북이는 처음이다. 이제 그 우화 속 거북이가 아닌 새로운 역사를 쓰는 거북이 이야기를 들을 차례다.



김범석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