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 원 이상은 노조 관리비로 썼다=아직 현대차그룹 비자금의 용처 수사가 본격화되지는 않았지만 검찰은 비자금 중 상당액이 노조 관리비로 사용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자금의 노조 관리비 사용은 28일 열린 정 회장의 영장실질심사에서도 언급됐다.
정 회장은 변호인 신문에서 현대차그룹 계열사에 노조가 많아 노조 관리 등에 돈을 많이 사용했다며 비자금이라고 해 봐야 대부분 회사 경영을 위해 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현대차그룹 비자금이 노조 쟁의와 임금 단체 협상 등 2가지 경우에 집중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쟁의 행위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대가나, 파업을 일찍 끝내 달라는 접대성 경비로 비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노조와 임금 단체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도 비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협상 결과가 회사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결론이 나도록 하기 위해 협상 개시 전에 노조 간부 등에게 격려비나 회식비 명목으로 비자금을 제공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1300억여 원 가운데 500억 원 이상이 노조 관리비로 지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비자금 용처 수사가 본격화되면 노조 관리비로 쓰인 비자금 액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 또 노조 관리비의 구체적인 명목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불법 대선자금이나 로비 자금 사용 가능성=검찰 수사 결과 현대차그룹이 2002년 조성한 비자금 480억 원 가운데 170억여 원이 대통령 선거 전인 812월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거액의 비자금이 대선을 앞둔 시기에 사용된 정황으로 미뤄 이 비자금이 당시 여야 대선 후보 측에 제공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032004년 대선자금 수사에 연루됐던 현대차그룹은 계열사인 현대캐피탈 비자금이 불법 대선자금으로 쓰인 사실이 일부 드러났다. 검찰은 2004년 5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현대차그룹이 한나라당에 제공한 불법 대선자금 100억 원 가운데 20억 원은 현대캐피탈 비자금이고, 80억 원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물려준 개인 돈이라고 결론을 냈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 및 사용에 개입한 현대차그룹 고위 임원들을 상대로 로비나 불법 정치자금으로 건넨 비자금이 있는지 조사 중이지만 아직까지 이에 관한 진술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방침이 최종 확정된 26일에도 검찰은 밤늦게까지 로비 등에 쓰인 비자금 용처와 관련해 현대차그룹과 물밑 협상을 시도했으나 구체적인 용처를 알아내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대차그룹 비자금이 로비 자금이나 대선, 총선, 지방선거와 관련된 불법 정치자금으로 전달됐는지는 다음 달부터 본격화될 용처 수사가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이태훈 jefflee@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