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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도 꺼리는 사하라 마라톤 시각장애인이 정복

선수도 꺼리는 사하라 마라톤 시각장애인이 정복

Posted November. 04, 2005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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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4대 극한마라톤 중 하나인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마라톤. 6박 7일간 250km를 달려야 하는 사하라 마라톤은 섭씨 50도가 넘는 더위와 끊임없이 부는 모래폭풍 때문에 내로라하는 마라토너들도 참가를 꺼린다. 외부 지원을 받을 수 없어 참가자들은 필요한 음식과 침낭이 든 배낭을 메고 달려야 한다. 이 지옥의 레이스에 1급 시각장애인 송경태(44전북 시각장애인도서관장) 씨가 도전했다.

KBS1 KBS스페셜은 5일 오후 8시 송 씨의 사하라 마라톤 완주기를 방영한다.

대회 첫날인 9월 25일. 송 씨는 33개국 106명의 참가자와 함께 이집트 카이로 서쪽 500여 km 지점에서 출발했다. 그는 1m가량의 줄을 다른 한국 참가자와 연결해 허리에 묶고 뛰었다. 이 대회는 첫날이 고비다. 참가자들의 몸이 사막에 적응되지 않은 상태여서 초반 탈락자가 속출한다. 대회 완주 경험이 있는 이무웅(62) 씨도 12km 지점에서 탈락했다. 송 씨 역시 20km 지점에서 탈진해 쓰러졌다.

군대에서 폭발물이 터져 시력을 잃은 송 씨는 그동안 북미 대륙 도보 횡단, 캐나다 로키산맥의 스쿼미시 거벽 등반 등 험난한 코스를 거뜬히 극복했다.

그런 그에게 초반 탈락은 있을 수 없는 일. 대회 자원봉사자로 참가한 아들 민(22전주교대)을 생각하며 간신히 몸을 추슬러 첫날 30km 코스를 겨우 마쳤다.

물만 부어 먹는 인스턴트식품은 입에 맞지 않았고 코와 입에는 늘 모래가 서걱거렸다.

둘째 날 밤에는 모래바람이 사정없이 불어 텐트가 날아가는 바람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체력이 떨어지자 배낭 무게를 줄이기 위해 아까운 음식도 대부분 버렸다.

마지막 고비는 56일째 80km를 밤새워 달리는 롱데이(Long Day) 구간. 다리가 완전히 풀려 걷기도 힘든 상황에 그는 끈을 붙잡고 질질 끌려가다시피 걸었다.

그는 69시간 2분의 기록으로 완주했다. 완주한 78명 중 71등. 그러나 순위는 중요치 않았다.

송 씨는 나를 번갈아 이끌어준 13명의 한국 참가자들이 고맙다며 더 뛰면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지만 나를 항상 격려해준 가족을 생각하면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서정보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