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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휴머니스트 엄홍길

Posted November. 02, 2005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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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인간입니다. 그런 면에서 나는 휴머니스트(인간주의자)라고 자부합니다.

2000년 7월 31일 등반하기가 어려워 산악인들의 진정한 최고봉으로 여겨지는 K2(해발 8611m)를 등정해 동양인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완등한 엄홍길(45트렉스타 이사, 파고다아카데미 이사) 씨.

1985년 에베레스트 첫 도전에 나서 20년 동안 히말라야 고산을 제집 드나들 듯이 했지만 그의 가슴속엔 산보다 인간에 대한 사랑이 더 크게 자리 잡고 있다.

나는 휴머니스트

엄 씨는 5일 네팔로 떠나 에베레스트 해발 3800m에 있는 마을 팡보체를 방문한다. 6번 도전해 3번이나 정상에 오른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또다시 오르기 위해서가 아니다. 1986년 히말라야 2번째 도전인 에베레스트 원정 때 목숨을 잃은 셰르파 술딤 도르지 씨의 유가족을 만나 위로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달 휴먼 장학금 3억 원을 소속사 트렉스타의 도움으로 조성했다.

엄 씨는 올해 5월 에베레스트 정상 바로 아래 해발 8750m에서 지난해 5월 목숨을 잃은 박무택(계명대 산악부 OB) 씨의 시신을 수습해 국민에게 진한 감동을 안겼다. 시신 수습을 위한 원정대에 그가 붙인 이름은 휴먼 원정대.

20대 중반에 히말라야를 찾아 나서다.

경남 고성에서 태어난 엄 씨는 3세 때 경기 의정부시로 이사했다. 부모님이 도봉산 망월사 입구에서 등산객을 상대로 장사를 한 까닭에 걸음마를 하면서부터 도봉산을 날다람쥐처럼 탔다. 해군 특수부대인 수중폭파팀(UDT)에 지원 입대해 1984년 제대한 그는 이듬해 선배의 권유로 히말라야를 찾는다. 그것도 제일 높은 에베레스트를. 1985년 7800m, 1986년 8800m에서 좌절한 그는 1988년 마침내 에베레스트 정상에 섰다.

산에서 죽을 걸 괜히 내려왔다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향한 행로는 역경의 연속이었다. 특히 1988년 에베레스트 등정 이후 1992년까지 안나푸르나(8091m) 등 히말라야 고봉에 6번이나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게다가 낭가파르바트(8125m) 도전 때는 동상으로 오른쪽 엄지와 둘째 발가락을 잘라내야 했다.

2000년 K2를 끝으로 기어이 14좌를 완등했지만 정작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황당하게도 등정 논란이었다. 1993년 오른 시샤팡마(8027m)와 1995년 등정한 로체(8516m)가 시빗거리였다. 내 스스로 완벽하게 끝냈기 때문에 부끄럼이 없었지만 자꾸 끌어내리려는 사람들이 있어 이럴 바엔 차라리 산에서 죽을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엄 씨는 말했다.

그래서 그는 2001년 시샤팡마와 로체를 다시 올랐다. 그리고 그의 고산 등반은 계속되고 있다.



전 창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