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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 거기서 뭐해, 야구해야지

Posted September. 10, 2005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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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 나오는 촌장 같은 사람. 있는 듯, 없는 듯 그저 마을 사람들 뭐를 마이 멕이야 돼라며 어눌하게 말끝을 흐리는 사람. 프로야구 한화의 김인식(58) 감독은 그런 사람이다.

요즘 그가 뜨거운 화제다. 대전고 코치를 하던 지연규를 데려다 빼어난 마무리 투수(9일 현재 20세이브)로 바꿔놓지를 않나,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풍운아 조성민의 마음에 불을 질러 감격의 첫 승을 따게 하지를 않나. 그뿐인가. 기아가 버린 김인철은 이제 한화의 주축 타자(타율 0.290)로 펄펄 날고 있다. 그런데도 그는 전혀 모르겠다는 듯이 딴청이다. 8일 마침 SK전을 위해 인천에 와 있는 그를 숙소에서 만났다.

허허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너무들 그러니까 참 쑥스럽습니다. 다 지들이 열심히 해서 그렇게 된 것이지 내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가 재활의 신이고 재활 공장장이라니요? 누가 인터넷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김인식 패러디를 뽑아줘서 봤는데 참 뭐라고 할 수도 없고허허.

김인식 패러디는 김 감독이 야구 해설을 하고 있는 조성민에게 거기서 뭐해? 야구 해야지. 곧 부를 테니 몸 만들고 있어라고 한 것을 패러디한 것. 은퇴한 후 로커로 변신한 이상훈에게 니가 있을 곳은 클럽이 아니야. 부를 때까지 몸 만들고 있어라는 식이다. 패러디에는 선동렬 삼성 감독, 최동원 한화 코치와 축구선수 이동국 등도 등장한다.

김 감독은 거의 말이 없다. 연습할 땐 뒷짐 지고 운동장을 어슬렁거린다. 경기 중에도 작전을 별로 내지 않는다. 올 시즌 전문가들은 대부분 한화를 꼴찌 1순위로 꼽았다. 하지만 9일 현재 한화는 굳건하게 4위를 달리고 있다.

작전 없는 작전이야말로 최고의 작전이지요. 볼카운트 스리볼이나 원 스트라이크 스리볼일 때 타자에게 마음껏 치라고 합니다. 그 상황에서 작전을 걸면 타자는 나쁜 볼에도 할 수 없이 쳐야만 하거든요. 공은 편안하게 쳐야 잘 맞습니다. 한화가 지금 홈런 1위 팀인데 이것이 가장 가슴 뿌듯합니다.

그는 선수를 믿는다. 선수가 계속 실수를 해도 꾹 참고 기다린다. 속이 썩고 또 썩는다. 하지만 그 선수가 언젠가 제 몫을 해 줄 때 비로소 돌아서서 소처럼 씩 웃는다.

쌍방울 시절 9연패를 당하고 있던 김원형(현 SK) 투수가 광주에서 당대 최고 투수인 해태 선동렬과 맞붙어 1-0으로 이겼어요. 그 생각만 하면 지금도 짜릿합니다. 어떻게 하든 그 친구를 쌍방울 기둥 투수로 키우고 싶었거든요. 기대대로 김원형은 그 이후부터 펄펄 날았습니다.

9연속 패배의 투수를 믿고 또 선발로 내보내는 감독. 그는 사람 키우는 데 도사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지만 믿음은 죽은 자도 벌떡 일어나 춤추게 한다.



김화성 mar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