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입열면 나라가 들썩

국가안전기획부의 도청팀인 미림팀 팀장이었던 공모 씨가 24일 일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내가 입을 열면 안 다칠 언론사가 없다고 말했다.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당사자들이 이와 비슷한 말을 해서 관심을 끌었지만 실제 폭탄선언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전두환() 정권 시절 안기부장을 지낸 장세동() 씨가 대표적.

전 씨가 퇴임한 뒤 3번이나 구속된 그는 국회 5공청산특위 청문회 당시 내가 입을 열면 나라가 위태롭게 된다고 큰소리쳐 의원들을 당황케 했다.

전 씨 역시 이 청문회에 출석했을 때 (정치자금 문제와 관련해) 입을 열면 과거 청산의 마무리보다는 시작이 된다는 점을 의원들이나 국민들이 이해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노태우() 정권에서 황태자로 불렸던 박철언() 씨는 정무장관이던 1990년 김영삼() 최고위원의 합당 관련 비화를 공개하면 그는 정치생명이 하루아침에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치인만이 아니다.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은 1991년 수서지구 특혜분양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비자금 행방과 관련해) 내가 입을 열면 나라가 들썩거린다며 진술을 거부했다.

5공 때 어음사기 사건으로 구속된 장영자() 씨는 1989년 구치소에서 국회 5공특위 의원들에게 정신만 차리면 털어놓을 말은 많다고 말해 관심을 끌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 3대 게이트(정현준, 진승현, 이용호)의 당사자들도 검찰 조사나 재판 과정에서 하나같이 폭탄선언을 예고했다.

정현준() 씨는 내 돈 100만 원의 행방까지 밝혀 장난친 사람들을 모두 폭로하겠다. 내 펀드 가입자의 면면을 보면 세상이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진승현 게이트에 연루된 당사자들은 하나같이 때가 되면 모든 것을 밝힌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이와 같은 협박성 발언은 세인의 많은 관심을 끌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대부분은 입을 열지 않았다.

오석홍(행정학) 서울대 명예교수는 대형 사건 관련자들은 남을 공격하기보다는 나를 함부로 건드리지 말라는 자기 보호 심리에 몰려 이런 발언을 한다며 실제 폭로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보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도 있지만 원래 허풍인 경우도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