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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의 힘

Posted June. 29, 200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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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취재팀은 2003년부터 최근까지 국내 양대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의 온라인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누리꾼들의 목소리가 실제 정책결정 과정에 얼마나 반영됐는지를 측정했다.

여론조사 280건 중 정부 부처, 국회, 수사기관, 오피니언 리더 등이 내린 정책 및 의사결정과 관련된 165건의 조사결과를 분석했으며, 개인적 취향을 묻는 앙케트식 설문은 제외했다.

누리꾼의 주장이라는 한 가지 요인에 의해 정책결정이 좌우되지는 않았겠지만 그 상관관계는 갈수록 뚜렷해지는 추세다.

누리꾼이 반대하면 힘들다=누리꾼이 반대하는 정책이나 의사결정(90건) 가운데 절반가량(43건)이 결국 무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책이나 법안, 의사결정이 그대로 추진된 경우는 44%(40건)에 그쳤다.

나머지 7건은 추진 여부가 불투명하거나 일부 내용만 추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누리꾼이 찬성하는 사안(75건)이 원안대로 추진된 비율은 71%나 됐다.

특히 정치인이나 연예인의 거취 및 의사결정에 대한 설문조사(12건)에서는 당사자가 온라인에서의 의견과 반대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한 건도 없었다.

문화 연예 스포츠 분야의 정책 법안 의사결정이 누리꾼 의견과 일치하는 비율은 61%나 됐다. 그러나 외교와 경제 분야에서 누리꾼 의견대로 정책이 추진된 비율은 각각 36%와 35%로 낮았다.

공인의 거취에 영향력이 크다=팬들의 반응에 민감한 방송 연예계에서는 누리꾼에게 밉보인 이들이 발붙이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병역 문제로 국적을 포기해 입국이 금지된 가수 유승준의 경우 지난달 케이블방송이 그의 근황을 담아 방영하려 했으나 누리꾼의 비난으로 무산됐다.

최근 국적포기 시비에 휘말린 인기그룹 god의 손호영은 결국 귀화를 결정하고 나서야 비난에서 벗어났다.

지난해 강원 춘천시는 용사마 배용준의 조형상을 드라마 촬영지에 설치하려다 포기했다. 누리꾼들이 작품의 질이 떨어진다고 강하게 반대했기 때문.

온라인 여론의 영향력은 문화 스포츠 연예 분야에 그치지 않는다.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여 결국 물러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누리꾼의 거센 사퇴 종용을 받았다. 황우석() 서울대 교수는 2월 수의대학장 단독 후보로 선출됐지만 연구에 전념하라는 여론과 누리꾼들의 반대로 학장 직을 포기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발의한 개정 국적법은 일부 법학자의 위헌 주장에도 불구하고 누리꾼의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통과됐다.

정부는 지난해 9월 골프용품과 보석 등 24개 품목에 대한 특별소비세 폐지 방침을 내놓았다가 누리꾼이 반발하자 13개 품목으로 재조정했다.

항상 통하지는 않는다=정치적 사안 또는 외교적 현안은 누리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원안대로 시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국회의 대통령탄핵소추안 발의안과 전투병의 이라크 파병안은 누리꾼 사이에서 반대 의견이 많았지만 원안대로 통과됐다.

장기적인 경제정책에 관련된 사안에서도 누리꾼의 의견이 별로 반영되지 않았다. 올해 새로 도안된 지폐의 인물 교체나 정부의 담뱃값 인상, 경영난에 시달리는 신용카드회사를 위한 기금조성 등이 대표적 사례.

스크린쿼터제의 경우도 폐지를 주장하는 의견이 많지만 정부는 아직 영화계의 입장을 받아들여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누리꾼의 영향력이 점차 모든 분야로 확대되는 것은 새로운 여론주도층의 등장을 뜻한다며 그 누구라도 이들의 동의 없이 쉽게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재동 동정민 jarrett@donga.com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