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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병월급

Posted June. 25, 2005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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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생활을 사병으로 보낸 이들에게는 대부분 월급날이 되면 군대 매점(PX)으로 달려가 빵이나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밀린 외상값을 갚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월급날에는 사병들이 PX 앞에 몰리는 바람에 늘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그러다가 며칠만 지나면 주머니가 텅 비어 동료에게 한 푼 두 푼 빌려 쓰거나 그도 여의치 않으면 PX 외상장부에 다시 이름을 달아야 했다.

과거에 비해 많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우리나라 사병의 봉급 수준은 매우 낮다. 병장 4만4200원, 상병 3만9900원, 일병 3만6100원, 이병 3만3300원. 제대 후 한 달간 아르바이트를 했더니 2년간 받은 군대 봉급보다 많더라는 한 대학 복학생의 말이 실감난다. 같은 징병제()이면서도 사회 임금의 30% 정도를 받는 독일이나 대만과 격차가 크다. 지난해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는 78%의 병사들이 봉급이 너무 적다고 응답했다. 절반이 넘는 병사들은 집에서 용돈을 갖다 쓴다고 한다.

적은 봉급이지만 아끼고 모아 뜻있게 쓰는 사병도 많다. 이번 최전방 감시소초 총기난사 사건으로 희생된 조정웅 상병은 월급을 모아 휴가 때 누나에게 디지털카메라를 선물했다고 하고, 함께 숨진 이태련 상병은 부모에게 커플 반지를 맞춰 드렸다고 한다. 그들의 갸륵한 마음이 가슴에 찡하게 전해 온다.

여야가 경쟁하듯 사병 봉급을 인상하겠다고 나섰다. 열린우리당은 2007년까지 8만 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고, 한나라당은 10만 원까지 줘도 된다고 했다. 총기난사 사건을 사병 복무환경 개선의 전기()로 삼자는 것이다. 좋은 얘기다. 인생의 꽃다운 시기를 국방의무에 바치는 젊은이들에게 그만한 대우는 해줘야 마땅하다. 예산 타령은 그만해야 한다. 쓸데없이 많은 대통령직속위원회나 무능한 정부가 낭비하는 예산을 줄인다면 사병 봉급 인상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국민도 그런 데 쓰는 세금은 아까워하지 않는다.

송 영 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