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어린 정치인

Posted June. 24, 2005 05:55,   

日本語

선거연령이 13세로 낮춰졌다. 득표율을 높이기 위해서란다. 찍을 만한 후보가 없다며 고민하던 고교생들이 당()을 만들어 정치판에 나선다. 1997년 화제를 모았던 록뮤지컬 모스키토의 줄거리다. 당명은 모스키토당. 이들은 양심을 저버리지 않겠다, 부정을 저지르지 않겠다, 특정 세력의 대리인이 되지 않겠다 등 신선한 공약을 내걸어 압승한다. 10대뿐 아니라 기성정치에 신물 난 어른들까지 몰표를 던졌다.

실제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아니 속편이 나온다고 가정해 보자. 어린 정치인들은 과연 신선한 정치를 할까. 고교 3학년이던 2월, 민주노동당 최연소 대의원으로 당선됐던 이계덕(19) 씨의 말을 들어 보면 아닐 것 같다. e메일로 탈당계를 내고 정치인에서 일반 청소년으로 돌아온 그는 청소년단체의 세력다툼이 기성정치인의 권력싸움 못지않다고 털어놨다. 어른들과 똑같이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던 그대들이, 왜 어른들과 똑같이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있음에도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인가?(인터넷마당 대자보)

신진 또는 개혁세력이라는 이유로 정계에 입문해 놓고는 1년도 안 돼 구악() 뺨치는 구태()를 보이는 모습이 낯선 건 아니다. 그래도 정치판도 아닌 청소년판에 싸움과 비방, 인신공격, 명예훼손이 난무한다든지, 정치적 양지만을 쫓아다니는 철새 변절자 하면서 서로 공격한다는 건 놀랍다 못해 서글프다. 미워하며 닮아 가는 건가, 정치에 발을 적시면 그렇게 변해가는 건가.

아메리칸 정치학 리뷰 최근호는 특정 정치적 이슈나 이데올로기에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유전자의 영향이라는 연구결과를 실었다. 그래서 당파를 떠난 협조와 통합은 낙관적이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다행히도 이 군은 정치적 싸움이 싫었을 뿐, 정치는 좋았다고 했다. 현실정치의 한계를 절감하지만 청소년의 정치 참여는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정치판을 떠나는 변()치고는 아름답다. 이젠 싸움 없이 정치하기 운동이라도 펼쳤으면 좋겠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