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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가서 설렁탕 먹고싶다

Posted June. 15, 2005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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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가서 설렁탕이나 한 그릇 먹으렵니다.

14일 오전 1시 반(한국 시간)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노이바이 국제공항을 떠난 아시아나항공(OZ) 734편. 5년 8개월 만에 귀국길에 오른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오전 2시 반경 승무원이 권하는 기내식을 거절하며 이렇게 말했다.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 최고경영자(CEO) 시절 식사를 일하기 위한 연료() 정도로 생각했던 기업인. 기내식을 거절하며 서울의 설렁탕을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오랜 해외도피 생활에 지친 한국 노인()이 느껴졌다.

김 전 회장은 한국에서 급히 날아온 기자들이 모두 일반석에 탑승한 뒤 이륙 10분 전 현지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승객 가운데 맨 마지막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그를 국빈급으로 대우한 베트남 정부의 배려에 따른 것이다.

그는 법률대리인인 김&장의 조준형() 변호사, 주치의인 아주대 의대 소의영() 교수 등 일행 4명의 부축을 받으며 트랩에 올랐다.

감색 양복에 연자주색 넥타이를 맨 그는 여러 차례의 장()협착증 수술 때문인지 얼굴은 초췌했고 과거보다 훨씬 늙어 보였다.

비행기에 오른 김 전 회장을 촬영하기 위해 방송사 카메라 기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기내는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그는 비즈니스석 첫째 줄 오른쪽 창가 자리에 앉으며 흰 수염이 까칠하게 돋은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박중현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