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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총리라고 하더니

Posted June. 09, 2005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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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로 취임 1주년(내정자 임명 시점 기준국회 임명동의 기준으로는 29일)을 맞는 이해찬() 국무총리는 역대 어느 총리보다 강한 실권을 행사해 왔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분권형 국정 운영체제를 도입한 뒤 일상적 국정 운영을 이 총리가 도맡아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세 총리로 통하는 이 총리의 지난 1년간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는 최근의 국정 난맥상과 경제난 때문에 그리 후한 점수를 받지는 못하고 있다.

분권형 국정 운영의 허실=대통령중심제 하에서의 분권형 국정 운영 체제는 헌정 사상 유례가 없는 실험이다.

사실 분권형 국정 운영은 시스템으로 구축됐다기보다는 노 대통령과 이 총리간의 개인적 신뢰에 바탕을 둔 것이다. 그만큼 둘 사이의 신뢰가 무너지면 국정의 혼선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과 총리가 역할 분담을 하니까 정부 전체의 역량이 커졌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서서히 그 폐해가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우선 동북아시대위원회의 행담도 개발 지원 및 서남해안개발계획(S프로젝트) 추진 논란에서 보듯 대통령자문위원회의 월권과 시스템 부재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

이 총리가 각종 정국 현안을 당과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당정 간 협의채널이 와해됐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자영업자 대책과 재래시장 퇴출 문제를 놓고 열린우리당에서 이 총리에 대한 공격 발언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총리의 야당에 대한 적대적 태도와 발언으로 한나라당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과 이 총리의 관계가 다소 소원해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야당과의 관계에서 일정 부분 총대를 메는 듯 거침없는 자세를 보이는 이 총리에 대해 노 대통령은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총리실 관계자도 누군가 불화설을 퍼뜨리는 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노 대통령과 이 총리의 신뢰에는 티끌만큼의 변화도 없다고 반박했다.

아슬아슬했던 순간들=이 총리는 총리로서는 적절치 않은 발언을 쏟아 내 나라를 시끄럽게 하기도 했다. 그래서 막말 총리 오만 총리라는 닉네임도 얻었다.

지난해 10월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들과 폭탄주를 마시곤 동아와 조선은 역사의 반역자다. 동아 조선은 내 손아귀에 있다. 까불지 말라는 폭언을 쏟아 냈고,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역사는 퇴보한다고 공격했다.

이어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도 평소 느낀 것을 말한 것으로 책임질 사안이 없다. 한나라당은 지하실에서 차떼기를 하고 고속도로에서 수백억 원을 받은 정당 아니냐고 말해 2주일가량의 국회 공전 사태를 초래하기도 했다.

그는 3월 관훈토론회에서 동아 조선은 까불지 말라고 한 데 대해 공격을 받으면 참지 못하는 제 성격 탓이다. 수양이 덜 돼서. 의도한 게 아니다며 우회적으로 사과했으나 그 뒤에도 그의 발언은 위험 수위를 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특히 지난달 10일 기자간담회에서는 현재 시도지사 중에서는 대통령감이 없다고 본다 노무현 대통령의 허리에 문제가 있다는 등의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6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도 한나라당 의원과 볼썽사나운 말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실세 총리인가, 방탄 총리인가=모든 길은 총리실로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총리실의 위상이 높아졌다.

청와대 현안점검회의에서 결론이 나지 않는 부분에 대해 대통령의 방침을 받으러 가면 노 대통령은 총리와 협의해서 결정하라며 이 총리에게 힘을 실어 줬다.

장관 인사는 물론 제청권이 없는 차관 인사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정보원 보고도 청와대와 똑같이 받는다.

이 총리는 복잡한 현안을 뒤로 미루는 스타일이 아니다. 총리실 관계자는 그 전에는 민감한 과제라든가 욕을 먹을 사안은 손을 안 대고 방치해 왔는데, 이 총리는 자신의 인기는 신경 쓰지 않고 그때그때 깊이 있는 토론을 거쳐 결정을 내린다고 했다.

장관끼리 이견이 있어 논란이 빚어지자 이 총리는 두 분이 밖에 나가서 합의해 와라. 아니면 표결하겠다고 단칼에 정리했다는 후문이다.

이 과정에서 노 대통령은 국내의 각종 갈등 현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총리는 또 좌파정권 논란 등 야당이 노 대통령에 대해 공세를 펼칠 때마다 전면에 나서 막아 내 방탄 총리로서의 역할도 충실하게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총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매일 러닝머신을 뛰는 기분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안 뛰면 자빠지니까고 총리직 수행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정용관 장강명 yongari@donga.com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