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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전긍긍전공은 묻지마세요

Posted February. 27, 2005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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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을 연 서울 강남구 A미용비만 전문클리닉.

25일 환자 대기실에는 스파, 마사지, 부분비만 제거 등 피부미용 및 비만과 관련된 홍보물이 넘쳐나고 있었다. 환자들은 이 클리닉의 원장이 피부미용 및 비만 전문의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취재팀의 확인 결과 이 클리닉 원장의 전공은 신경정신과였다.

서울 성동구 B소아과는 마치 약국을 방불케 한다. 환자 대기실 한쪽에 각종 비타민제, 건강식품과 기능성화장품이 진열돼 있는 것. 게다가 소아과에는 어울리지 않게 태반클리닉 노화클리닉 부분비만클리닉 등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었다.

경기침체로 환자가 줄면서 중소형 병의원을 중심으로 의사들이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이 같은 진료영역 파괴는 산부인과노화, 치과성형외과, 재활의학과비만 등 거의 전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의원은 작은 종합백화점=취재팀의 확인 결과 대부분의 동네 의원과 일부 중소형 병원에서 내과 소아과 등 자신의 주 전공 외에 피부염 비만 등 거의 모든 영역을 다루고 있었다. 심지어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등 관련성이 떨어지는 영역까지 진료하는 의원도 있었다.

진료행위와 무관한 비타민이나 기능성화장품을 판매하는 곳도 많다. 환자 대기실에 판매대를 별도로 설치한 뒤 환자가 물어보면 간호사가 제품에 대한 설명을 해 주는 방식이다.

최근 치과를 찾은 주부 정모 씨(42경기 성남시 분당구)는 치아와 뼈엉성증(골다공증)에 좋다는 이유로 치과의사가 특정한 비타민을 권유해 치과에서 구입한 뒤 먹고 있다고 말했다.

돈 되면 전공도 바꾼다=서울 노원구 C비만클리닉 원장의 전공은 원래 산부인과다. 그러나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환자가 감소하자 진료영역을 비만으로 바꾸어 버렸다. 이 클리닉의 원장은 비만은 물론 성형외과에서나 하는 쌍꺼풀 시술도 직접 시행하고 있다.

또 다른 산부인과 여의사 D 씨도 최근 환자가 급감하자 전공을 성형수술과 비만으로 바꾸었다. 현재는 보톡스 주사와 복부지방 제거 시술을 주로 하고 있다.

의사들이 전공을 바꾸는 분야는 성형수술, 비만, 피부미용 등 건강보험이 적용 안 되는 분야가 대부분이다.

환자 피해는 없을까=이런 흐름에 대해 의료계는 찬반이 분분하다.

찬성하는 측은 우선 이것이 위법행위가 아니란 점을 강조한다. 한 개업의는 비만 피부미용 시술은 간단해서 의사라면 누구나 쉽게 배워서 능숙하게 할 수 있다며 의사간에 경쟁이 되면 시술 비용이 낮아져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형 종합병원에 속한 의사들은 대체로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대학교수는 누구나 아무 시술을 할 수 있다면 전문의 제도가 왜 필요한가라고 반문하며 불필요한 의료행위가 남발되고 시술 후유증이 커지면서 결국 환자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상훈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