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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선 부인하지만 정치적 배경 의구심

Posted January. 20, 2005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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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일 관계와 관련된 외교문서를 잇달아 공개하고 나서자 정치권 일각에서 그 배경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17일과 20일 각각 공개된 한일협정 문서 5건과 박정희() 대통령 저격사건 문서들은 모두 박 전 대통령의 딸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게 정치적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다.

또 한일협정 문서에서 일본이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전혀 하지 않은 점은 대일() 협상 중인 북한에 유리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문서 공개가 북한을 6자회담에 끌어들이려는 남측의 당근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구나 외교통상부는 한일협정 문서의 경우 이번에 공개된 5건 이외에 나머지 150여 건도 8월 15일 이전에 대부분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 다걸기(올인)를 선언한 직후 정부가 잇따라 과거사 문서를 공개하는 데 대해 다른 저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2월 임시국회에서 친일진상규명법 등 과거사 관련법이 초미의 쟁점으로 걸려 있는 상황에서 다시 국면을 여당에 유리하게 조성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다.

그러나 외교부는 12년째 해온 통상적인 행정조치라고 일축하고 있다. 외무부령으로 외교문서 보존 및 공개에 관한 규칙이 제정된 것은 1993년. 정부는 1994년 이후 지난해 1월까지 5912권의 외교문서를 공개했다. 외교부 내 외교문서공개심의회는 매년 12월 작성된 지 30년이 지난 문서 중 공개 문서를 확정하고, 다음해 1월 이를 공개해 왔다. 이번 문서 공개도 정치적 일정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한일 관계 문서가 주로 공개된 데 대해서도 정부 관계자는 대상 문서 1200여 건 중 91%를 공개했다며 취사선택한 것은 아님을 강조했다. 한일협정 문서는 1960년대 작성돼 1990년대에 이미 공개돼야 했으나 미루다가 지난해 2월 서울행정법원의 공개결정 판결 때문에 공개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도 정치적 고려를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닌 듯한 흔적이 감지된다. 청와대와 여권이 문서 공개 직후 과거 정부가 잘못했지만 우리가 정리하고 치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번 문서 공개를 활용할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일 관계 전문가는 법과 규정에 따른 문서 공개라고 해도 결과적으론 참여정부의 과거 청산 작업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며 설사 정치적 동기가 없었다 하더라도 정치적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호원 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