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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세대전쟁

Posted January. 20, 2005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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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퍼스, 맘모네, 탕기, 트윅스. 애들 기저귀나 과자이름이 아니다. 학교는 졸업했는데 취직도 제대로 안하고 시집 장가도 안 가면서 부모 밑에 붙어 있는 20, 30대 젊은이다. 우리나라(캥거루족)만의 현상도 아니다. 미국(트윅스), 일본(프리터), 프랑스(탕기), 영국(키퍼스), 이탈리아(맘모네) 할 것 없이 전 세계를 휩쓴다. 청년실업난이 극심한 건 사실이지만 취업 1년도 안 돼 능력에 비해 대우가 낮다며 뛰쳐나오는 것도 그들이다. 언제라도 기댈 수 있는 언덕, 부모가 있어서다.

부모 잘 만나 팔자 늘어진 이들과 달리 돈 없는 나이든 세대는 공공의 적으로 간주된다. 선진국 치고 노령연금 개혁에 사활을 걸지 않은 나라가 없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당신이 스무 살이라면 곧 파탄 날 사회보장제도를 생각해봐라. 각자 개인연금으로 해결하도록 지금 바꾸지 않으면 당신들의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겁을 주고 있다. 세대전쟁의 불을 지르는 셈이다.

평균수명은 느는데 출산율은 자꾸 주니, 종국엔 몇 안 되는 젊은층이 수많은 노인층을 먹여 살려야 하기 때문이란다. 우리나라는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가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유례없는 나라다. 올해는 7.9명당 노인 1명을 부양했지만 2050년엔 1.4명이 1명을 부양해야 한다. 그럴 바에야 나이 먹어도 일해서 먹고 살되, 젊어서도 자식에게 모든 걸 바치지 않는 게 현명하다 싶다.

부모 등쳐먹는 등 부모()족과 자식의 부양을 받는 노인세대는 같은 하늘이면서도 같은 지붕 아래선 살지 않는 양극화된 계급이다. 부자 아빠를 둔 쪽은 어른이 안 돼도 괜찮은 행운(또는 불운)을 누릴 수 있다. 반면 가난한 아빠를 두면 일찍 독립해 내 부모는 물론 남의 부모까지 세금으로 부양하는 불운(또는 자수성가하는 행운)을 겪는다. 하지만 부모든 자식이든 어느 쪽이 진정 행복한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래서 세상은 공평하다고 하나보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