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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지키느라 투자 뒷전

Posted January. 20, 2005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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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기업은 지난해 경영권을 지키느라 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금융감독원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자산 기준 10대 그룹의 내부(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자사주) 지분은 45.8%로 2003년(45.1%)보다 0.7%포인트 높아졌다.

2000년 이후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던 내부 지분은 지난해 외국인의 경영권 간섭과 인수합병(M&A) 시도가 늘면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반면 지난해 6월말 현재 535개 상장기업의 기계장치 보유액은 69조1016억 원으로 2003년 6월말(70조3779억 원)에 비해 1.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삼성그룹을 제외한 9개 그룹의 기계장치 보유액은 평균 4.5% 줄었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주식을 사 모으는 동안 설비투자 규모는 줄어든 것.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은 기업이 경영권 방어를 우선하면서 미래 성장 동력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현재 두산그룹의 내부 지분은 65.6%로 1년 전보다 13.4%포인트 높아졌다. 두산산업개발 상장과 자사주 취득으로 지분이 급증한 것.

LG그룹의 내부 지분은 같은 기간 5.4%포인트 오른 37.4%. 계열 분리 과정에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등이 지분을 늘린 결과다.

한화(내부 지분 증가율 5.6%포인트)와 삼성(1.3%포인트), 현대자동차(1.0%포인트), 한진(0.9%포인트) 등의 내부 지분도 증가했다.

기업들은 경기 침체 노사 문제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설비투자 규모를 줄이고 있다.

현대자동차 황유노() 이사는 외국에 비해 노사관계의 유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국내에서 적극 투자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말 현재 두산그룹의 기계장치 보유액은 4950억 원으로 2003년 6월 말(5790억 원)에 비해 14.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롯데와 LG그룹의 기계장치 보유액도 9% 이상 줄었다.

기업이 경영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기반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성균관대 최준선(법학과) 교수는 외국인 등에 의한 적대적 M&A를 막기 위해 한 주만으로 중요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황금주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 정광선() 원장은 기업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지배구조가 투명해지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홍수용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