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주철현)는 15일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조씨에게서 돈을 받은 정치인 가운데 이원형() 전 국민고충처리위원장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조씨에게서 각각 7억원과 1억원을 받은 사실을 시인한 김중권() 전 의원과 김한길 열린우리당 의원, 조씨가 2억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한 유종근() 전 전북지사에 대해서는 공소시효(3년)가 지났다는 이유로 기소하지 않고 내사종결 처리했다.
수사 결과=이 전 위원장은 2002년 5월 한솔아이글로브로부터 한전 자회사인 파워콤과 체결하고 있는 독점서비스 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파워콤에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한솔아이글로브 주식 32만주를 차명으로 받고 그해 310월 경영고문료 명목으로 8차례에 걸쳐 총 8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다.
김 전 의원은 조씨에게서 2000년 총선을 앞둔 34월 2억원, 민주당 대표 시절인 같은 해 12월과 2001년 5월 각각 2억원과 3억원씩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김 전 의원은 조씨에게서 받은 돈에 대해 총선 자금과 민주당 대표 활동비로 사용했다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김 의원의 경우도 총선기획단장 시절인 2000년 3월 조씨에게서 1억원을 받아 여론조사 비용으로 사용한 사실이 인정됐다.
유 전 지사는 1998년 상반기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당시 PCS사업권 인가와 관련한 로비 혐의로 수사 받고 있던 조씨측으로부터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현금 2억원을 받은 혐의. 조씨는 돈을 줬다고 진술했지만 유 전 지사는 돈 받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고 검찰은 전했다.
적절한 법 적용이냐, 면죄부냐=조씨에게서 거액의 돈을 받은 정치인들이 대부분 기소되지 않은 데 대해 적절한 법 적용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인간성 좋은 검사들이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은 조씨가 김 전 의원에게 7억원이라는 거액을 준 사실을 확인하고도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을 인정하지 않고 정치자금으로 결론을 내려 정치자금법상 공소시효(3년)가 지났다고 봤다. 뇌물의 경우 공소시효가 최소 7년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의원이 돈을 받을 당시 직책이 총선 후보와 민주당 대표여서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는 공직에 있지 않았고 돈의 대가 관계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총 8000여만원을 받은 이 전 위원장에 대해서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면서 뇌물 액수가 5000만원 이상일 때 적용하는 2조 1호가 아니라 이례적으로 1000만원 이상 5000만원 미만일 때 적용하는 2조 2호를 적용했다. 5000만원 이상이면 법정형이 10년 이상이지만 5000만원 미만은 5년 이상이다.
황진영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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