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대신 작은 규모의 행정기관이라도 오든지, 신도시를 조성하든지. 정부가 빨리 청사진을 내놔야지요.(충남 연기군 주민 임태순씨)
언제 우리가 수도를 이곳으로 옮겨달라고 했나요. 자기네들(정치인들)이 나서서 수도를 옮긴다며 지역을 흔들더니.(연기군 남면 나성리 이장 임재긍씨)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한 위헌 결정이 난 지 하루. 22일 수도 이전 예정지였던 충남 연기군과 공주시 주민들은 정부가 조속히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루가 멀게 부동산중개업소가 생겨나던 연기군 남면 종촌리. 중개업소는 거의 문을 닫았고 북적이던 다방은 텅 비었다. 행정수도 결사반대 행정수도 환영 등 엇갈린 플래카드들도 사라졌다.
수도 이전 대안 찾아야=대전, 충남북 등 3개 시도지사는 이날 오전 대전 유성관광호텔에서 충청권행정협의회를 갖고 신행정수도 건설에 큰 기대를 했던 500만 시도민은 당혹감과 충격을 감출 수 없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수도 이전 대신 행정타운을 조성하거나 기업도시를 충청권에 유치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연구실장은 정부 부처 중 일부와 그 산하 기관을 연기공주로 옮기고 각종 유인책으로 기업도시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청권에 공장 등을 신설하는 기업에 대해 한시적으로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현지 부동산업계에서는 공시지가를 수도 이전 공약이 나온 2002년 말 이전으로 조정해 세금 부담을 덜어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왜 가만있던 우리를=연기군 남면 면사무소 입구에는 신행정수도 예정지라는 표지판이 서 있었다. 그 앞으로 추수철을 맞은 트랙터가 분주했다.
남면 주민인 임영달씨는 국가가 국민을 우롱했다며 주변에서 지금은 무정부 상태라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심리적 허탈감 못지않게 직접 피해를 보게 된 주민도 많았다.
남면사무소 임재덕 총무계장은 토지가 수용될 것에 대비해 대출을 받아 부여 등 인근 지역에 농지나 축사를 구입한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남면농협은 대출금 규모가 작년 말 400억원에서 최근 500억원선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거래 실종, 지역경제 타격=충북 청원군 강외면 오송리는 수도 이전 기대감으로 땅값이 폭등했던 곳이다. 이제는 땅값 하락과 거래 실종의 우려만 나온다.
최근 오송리의 땅을 샀다는 주민 정모씨는 계약금은 포기하더라도 잔금은 돌려받아야 할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최근 거래가 많았던 부여군, 서천군, 보령시 등에서는 계약 취소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