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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일본남의 극중 사랑은 아직 왠지

Posted January. 26, 2004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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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합작 드라마에서 사랑의 주인공들은 왜 항상 한남일녀(한국 남자와 일본 여자)일까.

MBC가 30일 오후 9시55분 방영하는 세 번째 한일합작 드라마 스타즈 에코(Stars Echo)-별의 소리(극본 김윤정연출 김남원, 고동선, 고바야시 가지로)는 한국 남자 성재(조현재)와 일본 여자 미사키(나카고시 노리코)의 사랑을 다뤘다.

교통사고로 애인을 죽게 한 죄책감을 안고 사는 미사키가 한국 지사에서 성재를 만나 서로의 상처를 치유한다는 내용이다. 이 드라마는 MBC가 후지TV와 합작했으며 후지TV는 30일 밤 9시에 방영한다.

흥미로운 점은 별의 소리에서 나오는 한국 남자와 일본 여자의 사랑 구도가 이전 한일합작 드라마인 프렌즈(2001년), 소나기, 비갠 오후(2002년)와 닮았다는 것이다. MBC가 일본 TBS와 합작한 프렌즈에서는 원빈과 후카다 교코가 각각 한국과 일본의 대표 탤런트로 극중 커플을 이뤘고, 후지 TV와의 합작품인 소나기, 비갠 오후에서는 지진희와 요네쿠라 료코가 남녀주연을 맡았다.

한일합작 드라마가 이처럼 한남일녀의 구도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한국인들의 일본에 대한 미묘한 감정을 의식했기 때문. MBC 박종 드라마국장은 한국이 일제강점기를 겪은 데다 한국인들이 일본 남성에 대해 기생 관광의 나쁜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일본 남자 한국 여자의 커플을 드라마로 내놓는 것은 시기상조인 듯하다고 말했다.

또 한일합작 드라마들은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드라마들이 남녀의 격정을 표현하고 있는데도 정작 양국 합작드라마는 비현실적인 멜로에 그친다는 것이다. 실제로 별의 소리 시사회에서도 진부하다는 평이 나왔다. 김남원 PD는 최근 독도 논란에서 보듯 한일관계에 민감한 부분이 많아 소꿉장난식의 사랑까지만 보여줘야 하는 게 한계라고 설명했다.

박 국장은 지금까지가 합작 자체에 의미를 두어온 단계였다면 앞으로는 드라마의 작품성을 높이는 단계로 나아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경복 kath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