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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를 위해 먼저 간다

Posted January. 20, 2003 23:02,   

청원경찰 이모씨(41)는 이날 오전 8시반경 김씨가 택시에서 내려 출근하는 모습을 봤다며 이후 옥상에서 누가 뛰어내렸다는 연락을 받고 현장으로 가보니 김씨가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애매한 유서 내용=김씨는 A4용지 1장에 600자 정도로 작성한 유서를 옷 주머니에 남겼다. 가족에 대한 미안함으로 시작되지만 이 길이 전체를 위한 길이라 믿었다. 대의를 위해 간다는 내용을 남겨 자신의 자살이 업무나 직장과 관련되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유서는 김씨가 A4용지 1장에 사인펜으로 직접 작성했으며 글씨 크기나 줄 간격이 가지런하지 않은 등 흘려 쓴 필체였다.

유서는 또 젊었을 때 좀 작은 실수는 했지만 아빠 큰 잘못 없다. 그리고 아빠의 잘못이 있었더라도 용서해 다오. 그리고 아빠의 일은 알려고도 말고 있어라는 내용이 적혀 있어 자신의 사인()을 캐지 말 것을 부탁했다.

김씨의 부인 석모씨(46)는 남편이 평소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하는 등 직장일로 힘들어했다며 직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했다고 전했다.

석씨는 남편이 최근 박물기획단 파견근무를 마치고 3월 서울 금천세무서로 복귀해야 한다는 사실을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석씨는 또 남편이 자살 전날인 19일 오후 2시경 가족과 점심식사를 하던 중 어디선가 전화를 받고 한참동안 멍한 표정으로 있었다며 무슨 내용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전화와 이번 일이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안정된 가정, 무엇이 문제였나=김씨는 1999년 7급에서 6급으로 승진했다. 명문대에 다니는 딸(대학 2년)과 아들(고교 3년)이 있으며 아파트를 2채 소유하고 있어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는 형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김씨가 평소 내성적이고 비관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가정적으로도 불화를 겪는 등 개인적인 문제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국세청측은 또 김씨가 18일 연가를 냈지만 회사로 출근을 해서 이유를 물어보니 부인과 다퉜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김씨의 아들은 일본으로 여행을 간 누나가 18일 돌아오는 줄 알고 아버지가 연가를 냈는데 어머니로부터 그보다 며칠 뒤에 돌아온다는 말을 듣고 연가를 취소했다며 가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김씨는 1999년 4월 세무사 이모씨(66)와 송사를 겪기도 했다. 이씨가 발행하는 잡지를 통해 김씨가 납세자와 그 가족들까지 출두시켜 세무조사를 하는 등 공갈을 했다고 주장해 명예훼손한 혐의로 이씨를 고소한 것.

부인 석씨는 남편이 소송을 진행하며 힘들어했지만 지난해 10월 승소했기 때문에 끝난 일이며 이를 자살 이유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의 주변 인물들을 상대로 업무와 관련된 의혹과 가정 불화 등 자살 원인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손효림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