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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 핵 포기가 먼저다

Posted October. 22, 2002 23:07,   

북한 핵문제에 대해 당사자인 북한이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은 한국 및 국제사회를 다시 한번 기만하는 행위다. 미국이 먼저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면이라는 엊그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요구가 그 같은 예다. 도대체 북한 지도부가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고나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이번 사태 해결의 관건은 북한이 먼저 일체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한다는 데 있다. 제네바 합의를 위반하고 비밀리에 핵개발을 도모해온 당사자가 위반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가야만 추후 북-미간 협상이 가능하다는 것은 상식적인 주문이다. 미국의 요구를 결코 지나치다고 볼 수 없다.

더욱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1일 북한 핵에 대한 단호한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도 우방들과 협의 아래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천명했다. 북한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탓하지만 이 문제에는 분명한 선후가 있다. 그동안 북한이 취해온 신뢰성 없는 행동, 즉 핵 위협 같은 일이 모든 문제의 근원임을 깨달아야 한다.

제8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북한이 핵개발 파문에 대한 명시적인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남측에 대해 거부 의사를 보인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핵문제는 북-미간 현안이면서 동시에 92년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으로 구체화된 남북문제다. 걸핏하면 민족 공조를 내세우던 북한이 핵문제만큼은 예의 통미봉남() 전략으로 풀겠다는 것인지 저의가 의심스럽다.

북한은 결자해지()의 자세로 이번 사태의 해결에 나서야 한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등 국제사회는 지금까지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경수로 건설 등 갖가지 대북 지원을 해왔다. 북한이 먼저 그 조건을 깼다면 국제사회가 지원을 중단해도 할 말이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북한의 살길은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 북한 지도부의 냉철한 상황판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